“사람에게도 광합성이 필요한가요?” 70세를 향해 가고 있는 여자 환자가 건강검진 뒤에 물은 말이다. 이 환자는 뼈엉성증(골다공증)과 근육량 부족이란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8년 전 골밀도 검사에서는 평생 골다공증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젊은
최근 연구실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많지는 않아도 가끔 환자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는다. 반가운 마음에 열어 보니 흰 A4용지 위에 짧은 인사말이 쓰여 있었다. 이리저리 한자를 섞어 비뚤비뚤 쓴 편지였지만 마음을 다해 꼭꼭 눌러쓴 정성이 느껴졌다. 환자의 이름을
정신건강의학과에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가족의 손을 잡고 왔다. 표정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했다. 목은 앞으로 구부러져 힘이 없어 보였다. 이분은 사는 게 아무 재미가 없고,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없고, 잠은 안 오고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
최근 60대 중반의 한 당뇨병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밤마다 발이 가렵고 저려 잠자기 힘들고 걸을 때 발에 감각이 없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발엔 작은 상처가 곪아가는 흔적이 보였다.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발’이다. 이 환자는 다행히 약물을 처방하고 발의
외과의사는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문 사이에 손을 절대 넣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손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수술(手術)은 말 그대로 외과의사가 다친 곳의 종양을 떼어내고 환자의 신체를 복구하는 과정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 수술은 외과의사의 손에 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의 대대수가 “비만은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비만의 원인을 이런 식으로만 보면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 결국 비만 해결은 개인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상식에 가깝다. 다
올해도 벌써 한 달을 훌쩍 넘어 신년에 세워두었던 건강 목표를 되돌아볼 때가 왔다. 새해를 맞으며 담배를 끊는다거나, 일주일에 몇 번 운동을 한다거나, 생활습관을 바꾼다거나 여러 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금연이 작심 10일에 그
“조금만 더 빨랐다면….” 달리기 경기장이 아닌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탄식이다. 특히 명절 이후 자식들 손에 이끌려 평생 처음 병원 신세를 져본 어르신 중 검진 후 폐암이나 위암 등을 우연히 발견할 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평소 자기 몸을 돌볼 틈이 없던 젊은 주
지난해 말 젊은 의사가 택시를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택시운전사를 심폐소생술(CPR)로 살린 적이 있다. 세브란스병원에도 이런 의료인이 있었는데, 바로 손애리 간호사다. 지난해 가을 태국으로 휴가를 간 손 간호사는 우연히 산호섬에서 조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한국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30대 ‘서연’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가 숱한 화제를 낳으며 얼마 전에 끝났다. 흔히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과장하지 않고 실감나게 묘사했고, 노인병으로만 알았던 치매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우울증은 본인의 사회적 도태뿐 아니라 가족의 불행을 가져온다. 우울증은 기억력 저하를 동반하는데 때로는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런 특성을 모르고 자신이 마치 낙오자가 된 듯이 여기고 사직서 제출과 같은 극단
간 전문의로 일하면서 만성 간질환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자주 접한다. 부모와 자식 모두가 B형 간염 보유자로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투병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때로는 B형 간염 보유자인 부모보다 자식들이 간경화나 간암으로 더 일찍 세상을 떠나는 슬픈 일도 일
건강검진 상담을 하면서 “비만이시네요”라고 말하면 멋쩍게 웃는 어른들을 흔히 본다. 비만을 질병이라기보다 외모와 관련된 문제로만 여기는 듯한 반응이다.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도 바꾸기 어렵다. 소아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 증진을 연구하는 의사는 누구보다 운동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지식과 실천은 항상 일치하지 않게 마련.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처지지만 정작 의사 본인은 평소 운동에 열중하지 못하거나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
50대 주부들은 ‘빈 둥지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중년 여성은 모두가 떠난 빈 둥지를 혼자 지키고 있는 어미 새의 처지처럼 상실과 좌절을 맛볼 수 있다. 안정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 남편과 독립한 자식 사이에서 중년 여성이 느끼는 심리적 고충은 상상외로 크다.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