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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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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다이어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다이어리

    올해 초 다이어리에 쓴 계획들은 잘 지키고 계신지. 다이어리에 관해서라면 새해가 시작될 무렵에 글을 쓰는 게 적절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미룬 데는 사정이 있었다. 몇 해 전부터인가 다이어리는 K에게 받고 있다. 매번 똑같은 색깔과 디자인을. 그러나 친구라고 해도 일 년에 한 번도 …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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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비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비누

    라틴아메리카 작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책들은 늘 손닿는 데 두고 지낸다. 비인간적인 사회정치 체제의 억압에 저항하는 사람들이나 통념처럼 굳어진 부당한 것들을 거부하는 인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져 있는데,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졌다가도 그 신선함과 상상력에 즐거워지기까지 한다. 단…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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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토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토분

    봄이 되면 우리 동네 재래시장에 식물을 파는 노점들이 열리고 나는 자주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마당도 베란다도 해가 잘 드는 손바닥만 한 장소도 없고 식물을 잘 키우는 재주도 없으면서. 하지만 싱싱한 로즈메리 바질 같은 허브나 다육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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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라디오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라디오

    교육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런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재주도 없지만 ‘라디오’라는 말에 마음이 먼저 끌렸다. 게다가 책을 소개하고 낭독해주는 프로라 좋아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옛날 생각이 난 것도 사실이다. 텔레비전이 없던 유년 시절, 우리 집…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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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머그잔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머그잔

    이십대 초반에 나는 이런저런 방황 끝에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새로 생긴 디자인 회사였는데 그 무렵 붐을 타던 컴퓨터그래픽으로 건축 설계나 인테리어 작업,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광고 제작을 하던 데였다. 디자인 학원을 다니다 채용된 나는 제작팀에서 도면 작업을 돕기도 했지만 도무지 마…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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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봉제인형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봉제인형

    예민한 데다 겁도 많은 막내 조카는 처음으로 제 방이 생기자 아니나 다를까, 침대 머리맡에 베이지색 곰 인형 먼저 눕혀 놓았다. 혼자 잘 때 무서운데 그 인형을 껴안고 자면 조금 괜찮아진다고. 조카들이 갓난아기였을 때 어느 자리에선가 희고 푹신푹신한 대형 곰 인형이 생겨 두 팔로 껴안…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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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도시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도시락

    몇 년 전에 낯선 도시로 가서 살게 되었을 때, 한 에디터가 도시락 통 하나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단순한 직사각형 디자인과 옥색 빛깔이 무척이나 세련됐지만, 2단짜리 도시락인데도 밥과 찬을 담기에는 너무 작아 보여서 한참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게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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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타자기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타자기

    나는 이 글을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한글만 쓸 수 있는 구식 노트북으로 쓰고 있다. 소설이나 모든 원고 작업도 이 노트북으로만 한다. 사실 이 노트북은 고장 난 지 오래됐지만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말하자면 타이핑 기능밖에 안 되는 ‘글 쓰는 사물’인 셈이다. 딱히 이 때문…

    •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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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페이퍼 클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페이퍼 클립

    지난주부터 개학과 개강이 시작됐다. 개학 전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조카들의 연필, 일기장, 네임펜 같은 학용품들을 챙겨주고 나도 작업실로 돌아와 문구용품을 점검했다. 포스트잇, 녹색 하이테크포인트 펜, 색색의 페이퍼 클립은 한 학기를 보낼 만큼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니까. 소설창…

    • 20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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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외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외투

    한 선배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모여 각자 준비해온 포도주와 빵을 차려놓고 모임을 가졌다. 그 사무실이 편해서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저녁값 술값 부담을 줄여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1년 전 모임 때도 그랬다. 난방을 줄여 놓고 사무실에서 세 사람 다 외투를 껴입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

    •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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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깡통따개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깡통따개

    자주 이용하는 식품전문 쇼핑몰에서 작은 토마토 홀을 주문했는데 착오가 생겼는지 무려 2.5kg짜리가 배송돼 왔다. 그 캔을 들고 조카들에게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러 갔다. 올리브 오일에 양파를 볶다가 토마토 홀을 넣으려고 할 때에야 그 캔이 원터치 방식이 아니라 캔 오프너로 가장자…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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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만화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만화경

    티눈 비슷한 게 생겨서 피부과에 갔더니 발을 들여다본 의사가 “많이 걸어 다니느냐”고 물었다. 발이 너무 울퉁불퉁하게 생긴 걸까. 아무려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걸어 다니는 건 사실이다. 내가 지나다니는 한적한 도로변에는 유리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앞까지 크고 작은 유리와 거울…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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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코백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코백

    나는 세 종류의 일간지를 읽는데 그래서 날마다 놀라고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 일들이 더 생긴다. 최근에는 일회용 제품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기사들을 여러 번 보았다. 카페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컵들이 하루 5t 트럭 한 대 분량이나 되고, 종이컵은 안쪽에 폴리에틸렌으로 코…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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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트렁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트렁크

    고아로 자란 엘리는 한 농장의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가족을 잃고 혼자 살고 있던 집주인과 결혼을 한다. 양과 닭을 키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달걀을 배달하러 간다. 크게 낙담할 일도 슬픔도 기쁨도 없을 것 같은 날들만 이어진다면 소설은 진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

    •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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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일기장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일기장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가 바뀌면 ‘새해 결심’이라고 몇 가지 정도는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적게 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올해 첫 일기를 들춰보니 ‘일기를 더 자주 쓰고 휴대전화 보는 시간 줄이고, 더 많이 읽고 쓰는 그런 한 해를 만들어야지’라고 써놓았…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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