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실상 처음 서울 나들이를 했던 지독한 경상도 촌놈이 작년까지 35년을 서울에서 살았지만 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밀어내기 어려웠다. 그럼 누가 진짜 서울 사람이냐 물으면 답이 궁하지만, 심리적으로 늘 무늬만 서울 사람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작심하고 서…
도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새로운’이라는 형용사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문을 품고 있는 단어다. 따뜻해지는 봄부터 선선해지는 가을까지 전북 전주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진다. 이번에 나에겐 큰 도전이 생겼다. 한 행사 주최 측이 ‘600인분의 도시락’을 맡긴 것…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보통 생각하는 관광지나 체험거리는 비슷비슷하다. 나 역시 제주로 이주해 올 때 맑은 바다와 주변 산책길,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박물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즐겁게 누렸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 환경이나 정보들을 더 접하게 되자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서 체험할…
경남 통영에서 출판사를 열고 2년 차 되던 해였다. 그때 처음으로 탈(脫)서울 인구가 서울로 들어오는 인구를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서울 총인구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보도될 만큼 탈서울이 가속화하고 있다. 6년 전 우리가 서울을 떠났을 때만 해도 흔치 않…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기반시설의 차가 크다. 중소도시에서는 기반시설을 이용할 절대 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낮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지역의 수요를 살펴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그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근무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014년 4월 서울에서 옮겨 온, 경…
한 해 중 제일 바쁜 달은 5월이다. 가정의 달인 데다 연휴가 많고 전국은 축제에 빠져든다. 각 지역은 특산물 축제를 열고 특색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를 내어 놓는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부터 한지축제와 단오제, 전주대사습놀이 등 전통과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 한…
제주로 이주해 온 지 4년 가까이 된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대한 업무를 시작한 지도 3년 차가 되니 자연스레 육지와 제주의 산업을 비교해 보곤 한다. 그동안 제주 지역에 있는 여러 업체를 방문하면서 이곳 경제와 산업에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곳의 산업구…
지난 주말 선배의 조촐한 집들이에 초대받아 경남 거제 옥포에 다녀왔다.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은 선배는 부엌에서 해물된장찌개의 간을 보느라 분주했고, 선배의 아내는 7개월 된 아기의 이유식을 먹이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탈(脫)서울에 이어 거제의 삶으로 옮겨갔다. 선배는 서울…
후배 C에게. 이곳 생활도 8개월이 지나가는군. 살아 보기는커녕 한 번도 발을 디뎌 본 적도 없는 경북 김천에서의 생활은 약간의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작은 고비들도 있었어. 한 10년 전쯤의 일이야. 경기도 양평에 작은 농가주택을 마련한 어느 선배에게 부럽다고 말했다가 내가 가…
떠들썩한 ‘쿡방’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TV나 신문에서 ‘셰프’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웃고 말하고 요리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음식을 내놓는 방법이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현란한 칼솜씨를 뽐내면서. 쿡방 시대가 다가오기 전 나는 맛집 순례를…
제주로 이주해 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제주는 2년만 살면 좋다더라” “2년 뒤에는 다시 다 올라온다더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큰아이가 여섯 살 때 제주로 오면서 ‘2년쯤 뒤에 제주에 살기 여의치 않으면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보내면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
남쪽 바닷가 마을에도 봄이 왔다. 바닷바람 사이로 파고드는 따스한 햇살,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가 지천이다. 책방 문을 열고 열 걸음만 나서면 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연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며 심장을 뛰게 한다. 서울에 살 때도 봄은 해마다 찾아왔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지방살이의 불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들다는 걸 꼽는다. 하지만 이 문화생활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별스럽지 않다. 보통 사람에게는 영화나 운동 경기, 공연 정도가 아닐까? 이제 웬만한 중소도시에도 영화관이 있고 배구나 농구 등 실내 스포츠의 지방 경기도 일반화됐다…
여유 있는 생활, 많은 사람이 원한다. 나 역시 고향 전북 전주를 떠나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 문화생활을 많이 기대했다. 아무래도 뮤지컬이나 연극이 지방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한 편 볼 시간을 못 내는 게 현실이었다. 물론 서울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짬을 내면 뭐든 …
조기잡이 어선에서 일하는 이웃의 어선 일을 도우러 갔다가 들은 얘기다. 태풍 같은 거센 바람이 한 번씩 몰아쳐줘야 바닷속 바닥이 일어나고 물속이 뒤집혀 물고기 먹이가 많아지고 물고기도 많이 모인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제주로 옮겨와 환경이 한 번 크게 변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