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서가대에 가보려고 했었는데 못 가서 ㅎㅎ.” 열흘 전 오후 5시쯤. 가요기획사 관계자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가대…. 서가대라…. 눈앞이 하얘졌다. 0.5초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따 홍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서가대면… 서강대의 오타겠지…
지상 관제소, 응답하라. 여기는 톰 소령이다. 화성에도 삶이 있냐고? 생명체라…. 오… 귀여운 사람들. 모든 젊은이들이여, 그건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에게나 물어볼 것. 사람들이 스타를 왜 스타라 부르는지 아나. 그건 그들이 실제로 별이기 때문이지. 명…
“전 아직 휴대전화에서 김광석 번호 안 지웠어요. 전화하면 받을 것 같아서요.” 6일 밤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 무대에 선 가수 한동준은 취한 듯했고 “사후세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여기 있다 생각한다. 공연하면 (그가) 늘 여기 와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했지…
미국엔 ‘빅 이어(Big year)’라는 비공식 경기가 있다. 매년 첫날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를 관찰하느냐를 겨루는 게임. 365일간 700종 이상은 봐야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전역의 버더(birder·새 관찰자)들은 올해도 각자 긴장 속에 …
2016년 1월 3일 일요일 흐림. 빅 이어. #190 Coldplay ‘Viva la Vida’(2008년) 미국엔 ‘빅 이어(Big year)’라는 비공식 경기가 있다. 매년 첫날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를 관찰하느냐를 겨루는 게임. 365일간…
몇 달 전, 한 방송국에서 도난 사건이 있었다. 한 PD가 사내에서 사원증을 잃어버렸는데 그 사원증으로 누군가가 방송국 내 자료실에서 자료를 대출한 기록이 드러나면서 단순 분실 사고로 잊힐 수 있었던 일이 커졌다. 절도범이 PD의 사원증으로 대출한 건 CD 몇 장. 그중 다수가…
헤드폰은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나보다 기계나 자동차를 20배 더 잘 아는 대다수 남자라면 코웃음 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다. 영화 ‘허니와 클로버’를 기억한다. 미술학도 아오이 유가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자기 몸의 다섯 배쯤 되는 캔버스에 유화를 그…
‘청수합창단(淸水合唱團).’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내 합창단 이름이 아니다. ‘전광교향악악단(電光交響樂樂團)’.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오케스트라 동아리 명칭이 아니다. 전자는 ‘Proud Mary’로 잘 알려진 미국 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 후자는 ‘Last Train…
아무리 봐도 영화 ‘다크 나이트’(2008년)의 조커와 ‘크로우’(1994년)의 에릭 드레이븐은 닮았다. 배우도 그렇다. 조커 역의 히스 레저(1979∼2008)는 영화 개봉 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드레이븐 역의 브랜던 리(1965∼1993)는 영화 촬영 중 소품용 권총에…
27일 오후 7시 40분. 500명이 들어왔는데 객석은 꽉 찼다. 객석이라니. 무대 아래가 더 맞는 말일 거다. 손목 스냅만으로 물병을 던져도 바로 위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맞힐 것 같았으니까. 은빛 보석들과 ‘E.J.’란 약자를 새긴 푸른 재킷을 입은 그 사람. 심리적 거리야 바다…
성공한 오타쿠들에겐 특징이 있다. 지독한 오타쿠라는 거다. 며칠 전, 대학 후배 S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찜닭을 나누며 신랑 만난 얘길 들었다. S는 몇 년 전 어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클래식·공연 동호회 방을 개설했다. 그 동호회 회원은 이제 350명에 이른다. S는 …
빨강과 금빛으로 장식된 2000석짜리 점잖은 콘서트홀, 격렬한 프로레슬링이나 농구 경기가 열릴 법한 뜨거운 1만 석짜리 공연장이나 야구 경기의 성지인 5만 석짜리 돔 구장, 무대에 올림픽 신전과 맞먹는 경외의 오라를 드리워줄 9만 석짜리 스타디움…. 세계 순회공연 규모도 가지가지다…
프로이트가 쓴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꿈은 현실의 반영’이란 말엔 어쩐지 믿음이 간다. 꿈이란 게 파문이 인 잠재의식의 웅덩이에 비친 복잡한 현실의 자화상이라면, 아이들의 공상은 이해하기 힘든 어른들의 논리 세계를 비춘 거울 아닐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눈…
사운드 디자이너를 꿈꾼 적 있다. ‘패션 감각은 별로니까 사운드로라도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위대한 선율을 쓰는 음악가가 될 자신이 없으니까 그래도 좀 있어 보이는 사운드 디자이너…’란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그때 브라질 음악가 아몽 토빙(Amon Tobin)에 푹 빠져서다…
9월엔 그린데이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10월엔 배리 매닐로의 ‘When October Goes’를 한 번쯤은 듣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가 있다. 그는 곧 건스엔로지스의 ‘November Rain’을 들으면서 “또 한 해가 갔어”,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