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끝자락이었던 1999년 12월 동아일보는 한 세기 동안 대중음악사를 수놓았던 국내 주요 뮤지션 10명을 정리했다. 조용필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20세기의 단 한 뮤지션을 꼽으라면 이 사람이다. 포크를 계승한 한국 가요 문법의 완성, 보컬과 작곡의 한국적 정체…
어머니가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면, 그 아들은 자기뿐 아니라 어머니의 존재도 역사에 남긴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그렇고, 어머니 홍주 백씨와 아들 석봉 한호가 그렇다. 백범 김구 선생에게도 어머니 곽낙원 여사(1859~1939·사진)가 있었다. 아니, 곽 역사는 백범 선생뿐 아니…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일부터 서울공고, 성동공고 등 5개 장소에서 나누어져 열리고 있다. 청소년 기능공들의 실력이 겨루어지는 이 경기 대회는 26개 종목 430여 명의 남녀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고 올림픽 모양 우수선수에겐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이 수여되는데 (…) 팔소매에 큼직한 …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이제는 이마저 길다. 그저 ‘삼소’라는 두 글자면 충분할 만큼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조합이다. 그런데 어르신 중에는 어릴 때 삼겹살을 먹은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별로 없다. 젊은 세대는 의아하겠지만 ‘삼겹살’은 1994년 전까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
“경제상으로 우리 조선 사람이 아무리 군핍(窘乏·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 군색하고 아쉽다)하다 하더라도 소비조합에 고본(股本·출자금) 10원 낼 금전은 있으니 우리도 곳곳에 이런 조합이 생겨야만 아주 절명(絶命·목숨이 끊어짐)을 면할 것이다.” 동아일보는 1922년 11월 2일자 …
10월 30일 배우 김주혁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한국 대중음악계가 낳은 두 천재의 기일이 다가왔다. 11월 1일은 유재하(1962~87)와 김현식(1958~90)이 사망한 날. 이들은 1980년대 각각 ‘천재 뮤지션’ ‘천재 보컬리스트’로 불리며 한국 가요계…
부대찌개 종류 중 ‘존슨탕’이라는 게 있다. 음식 대부분이 그렇듯 100% 정확한 유래는 알기 힘들지만 1966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재임 1963~69) 방한과 관계가 있다는 데 많은 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또 경기 화성 시 송산동의 ‘존슨 동산’ 역시 이 대통령 이름에서 따왔다…
“(1999년 10월) 30일 오후 6시 55분 경 인천 중구 인현동 119 4층짜리 상가건물 지하 ‘히트 노래방’에서 불이 나 이 건물 2층 ‘라이브Ⅱ 호프집’ 등으로 번지면서 술을 마시던 중고교생 등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동아일보 1999년 11월 1일자 1면) 이…
‘아재’ 테스트 하나를 해보자. ‘휴거’는 무슨 뜻일까. ①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②세상에 종말이 찾아오는 것 충격적이게도 요즘 일부 사람들은 휴거를 ①이라는 뜻으로 쓴다. (휴먼시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지은 국민임대주택단지 브랜드 이름이다.) 하지만 1990년대를 몸소 경험한…
1987년 오늘(10월 27일) 정부는 개헌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 투표에는 유권자 72.2%가 참가해 그 중 93.1%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국민투표를 통과한 헌법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쓰는 ‘대한민국 제6공화국’ 헌법이다. 이 제9차 개헌 핵심 뼈대…
‘흥례문 복원’은 경복궁 복원 사업 중에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혔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복원된다는 점에서 가장 상징적인 복원 사업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흥례문 복원으로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핵심 부분이 되살아나게 됐다.”(동아일보 2001…
“마의 6분 벽 무너지다!” 1999년 10월 24일 열린 시카고마라톤 대회 결과를 보도한 동아일보 스포츠면 기사의 제목이었다. 주인공은 모로코의 할라드 하누치, 기록은 2시간 5분 42초였다. 당시 세계최고기록으로 2시간 6분벽이 마침내 깨진 거였다. 1988년 로테르담대회에서…
‘가장 존경하는 독립 운동가는?’ 이렇게 묻는 설문에서 1위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뉴스가 되는 인물이 바로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다. 그랬으니 백범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 씨(1917~96·사진 왼쪽)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게 당연한 일. 1996년 …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출근하는 차들로 도로는 꽉 차 있었다. 비에 젖은 다리 위도 미끄러웠다. 그러나 위험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회사원 신명훈 씨는 자신이 탄 프라이드 승용차의 계기판을 봤다. 시속 30㎞였다. ‘출근길 정체치곤 괜찮다’고 생각하던 순간, 갑자…
“1998년 10월 20일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일본 영화와 비디오 출판만화 중 일부를 즉시 개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동아일보 1998년 10월 21일자 1면) 4차에 걸쳐 진행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 중 1차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