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문제입니까. 사람부터 살려야지.”
화재가 난 선박을 구조하기 위해 조업 중이던 그물을 끊고 현장으로 달려간 경남 통영 선적 제237해덕호(24t) 선장 장정길 씨(53)는 31일 이렇게 말했다.
장 씨는 지난달 14일 제주 남서쪽 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인근 선박 화재 소식을 듣고, 조기 등을 잡던 그물을 끊은 뒤 약 3.5km를 이동해 구조에 나섰다. 그가 끊은 그물의 가격은 1000만 원에 달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 마라도 남서쪽 약 83km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제주 한림 선적 A호(29t·승선원 10명)에서 발생했다. A호 선장은 해경에 신고한 뒤 주변 선박에도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는 무전을 보냈다.
무전을 들은 장 씨는 곧바로 그물을 끊고 현장으로 향했다. 무거운 그물을 제거한 덕에 단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배를 가까이 붙이면 해덕호 역시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원들은 “멀리서 구조하자”며 만류했지만, 장 씨는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해덕호를 A호 가까이 붙였고 선원 8명을 구조했다. 장 씨는 “눈앞에서 사람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망설일 수 없었다”며 “뱃사람끼리는 사고를 당하면 서로 내 일처럼 돕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장 씨의 신속한 판단으로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제주해경은 31일 해양경찰청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했다. 해경 관계자는 “장 선장이 자신의 선박을 사고 선박에 직접 계류해 선원 8명을 신속히 구조하고, 이후 실종자 2명 수색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고 수습 이후 장 씨는 그물이 있던 지점으로 돌아갔지만 유실돼 찾지 못했다. 장 씨는 “조업 손실보다 사람 8명을 구한 것이 더 뿌듯하다”며 “실종된 두 분도 얼른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송은범 seb11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