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美 ‘호르무즈 파병’ 요구… ‘국익’ ‘국제공조’ 원칙으로 신중하게

美 ‘호르무즈 파병’ 요구… ‘국익’ ‘국제공조’ 원칙으로 신중하게

Posted March. 16, 2026 09:06,   

Updated March. 16, 2026 09: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돼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제3국에 사실상의 파병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필요하면 미 해군이 호위 작전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통항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도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제3국에 호르무즈 해협 관리 책임을 전가하고, 미국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식으로 판을 바꾸려는 의도다. 중동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해협 관리 비용과 책임을 분산시켜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약화시키고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협상 카드로 쓰려는 특유의 ‘거래적 셈법’이다.

문제는 미국이 구상하는 연합 호위 작전이 제3국의 분쟁 개입과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 해협은 한 달에 약 3000척의 선박이 오가고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20% 이상이 지나는 세계 경제의 급소다. 좁은 곳은 폭이 약 34km, 대형 유조선 운항 수역 폭은 약 10km에 불과해 이란의 드론이나 기뢰,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미국 내에서도 이곳이 다수의 미군 사상자를 낼 ‘킬 박스(kill box)’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 2020년 미국·이란 긴장이 고조됐을 때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작전 영역을 넓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호위하는 독자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오가는 전시 상황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도 군사적 긴장이 진정돼야 호위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한국은 특히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일부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된 상황이어서 중동 사태에 따른 석유와 안보 위기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 안정이 국익에 직결되지만, 자국 군대 희생과 안보 위험이 따른다면 국민적 지지와 국회 동의를 얻기 어렵다.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은 국익과 국제 공조의 틀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동시에 프랑스처럼 선박의 통항권을 보장받기 위해 이란 측을 설득하는 외교전도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이 중동 분쟁에 끌려들어 가 군사적 표적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