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엿새간 경주에서 글로벌 통상질서의 중심을 바로잡는 가교 역할을 해내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등 글로벌 경제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투자 유치를 적극 끌어내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질서 안정화시킨 중재의 장, 경주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경주 선언 도출과 함께 글로벌 통상 질서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관세, 희토류 등 주요 현안에서 1년간 휴전을 맺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이 세계 무역질서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무대가 됐다.
넉 달 가까이 끌었던 한미 관세협상 또한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된 것도 큰 성과다. 막판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연 200억 달러 투자 상한에 합의하면서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벌인 한미간 접전도 막을 내릴 수 있었다.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승인하면서 원자력 잠수함 및 핵 농축 재처리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정상회의 기간 줄줄이 이어진 굵직한 양자회담으로 ‘실용외교’ 또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해 한중 관계 복원의 물꼬가 터졌고, 이로 인해 중일 정상회담 등 각국간 소통과 협력의 장이 열렸다.
한국은 이처럼 이번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미중일 등 핵심 국가와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 외교적 안정감을 높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최상위 요인으로 ‘외교(23%)’가 꼽혔다.
●“7조4000억 원 예상 효과 뛰어넘을 듯”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K-푸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경제 효과도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앞서 이번 APEC 정상회의로 한국 경제가 얻는 파급 효과를 약 7조4000억 원, 취업 유발 효과를 약 2만2634명으로 추산했는데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향후 5년간 총 90억달러(약 13조 원)의 직간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정부 육성 전략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맷 가먼 CEO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AWS의 누적 한국 투자액은 2031년까지 12조6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과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인공지능(AI) 인프라 동맹 구축도 주요 경제 성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날 31일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총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블랙웰은 현재 엔비디아가 판매 중인 최신 GPU로 전 세계적인 ‘AI 붐’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다. 정부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는 한 장에 약 1억 원으로 최소 20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