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10명 중 6명은 부모나 배우자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분위기가 억압적이어서 가족 간 교류가 적었을 때도 자살 확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아주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진행한 심리적 부검 작업을 동행 취재해 자살자 60명을 분석했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에 이른 심리 경로를 추적해 절망의 근원을 찾는 작업이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31.7명이 자살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OECD 평균은 인구 10만 명당 12.6명이상 2011년 기준). 2003년부터 9년 연속 자살률 1위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아주대 연구팀에 심리적 부검 연구를 의뢰했다. 자살률 세계 1, 2위였던 핀란드는 1986년 국가 차원의 심리적 부검 프로젝트를 세계 처음으로 시도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30.3명을 2012년 17.3명으로 줄였다.
취재팀은 자살의 씨앗이 폭력적인 가정에서 싹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모의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장기간 학대 및 방치된 사례, 결혼 후 남편한테 상습적인 신체언어폭력을 당한 경우를 합치면 65%(39건)에 달했다. 가족 간 관계가 권위적이고 경직돼 있어 교류가 적었던 사례도 63.3%(38건)였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고인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구출해주지 않았다는 무력감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성장한 뒤 실직이나 채무누적, 이혼 등 고난이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쉽게 빠졌다. 자존감이 낮아 자기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마저 강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직전에는 소외감이 극도에 달하는데 가족의 지지와 보살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살을 더 쉽게 결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사상 처음으로 8개월에 걸쳐 체계적인 심리적 부검 연구를 마친 뒤 이달 말경 최종 보고서와 함께 종합적인 자살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광영 neo@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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