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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KF-21, 조종사 반응 0.1초까지 계산”

Posted May. 06, 2026 09:43,   

Updated May. 06, 2026 09:43


“조종석 스위치 위치까지 살폈습니다. 실제 전투 시 반응 속도가 중요하니까요.”

지난달 29일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만난 전승현 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장(중령)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에 대해 “조종사의 편의성과 작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왜 스위치는 멀리 있느냐’ ‘왜 특정 정보가 화면에 없느냐’ 등 세세하게 의견을 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KF-21 양산 1호기는 올해 3월 25일 첫선을 보인 초음속 전투기다. 사업 타당성 검토에만 10년, 체계 개발 착수 이후 양산 성공까지 다시 10여 년 등 총 20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1600여 회 시험 비행을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마무리한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평가다.

KF-21 양산 성공 뒤엔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최종 사용자인 대한민국 공군의 치열한 협업이 있었다. KAI는 최고의 성능을 구현해야 했고, 공군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투기를 요구하며 때로는 전우로, 때로는 까다로운 고객과 제작사의 관계로 수없이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김범용 KAI 체계팀장은 “전투기를 개발했더라도 정작 조종사가 운용하기 불편하다면 의미가 없다”며 “하늘에서 실제로 항공기를 운용하는 조종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공군이 가장 공들여 점검한 부분은 조종석, 이른바 ‘콕핏’이었다. 0.1초라도 반응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조종사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기준으로 공간을 세 구역으로 나눠 테스트를 진행했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작하는 구역부터 어깨나 몸을 더 움직여야 하는 구역까지 정밀하게 구분해 주요 장비의 위치를 결정했다. 스위치 위치는 물론, 스위치 모양까지 바꿨을 정도다. 심지어 공군 조종사의 키와 체형에 따른 접근성 차이까지 분석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한다.

조종사의 날카로운 감각이 기체의 외형 디자인을 바꾼 사례도 있다. 김 팀장은 “조종사가 기체 후방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고 했다”며 “공기 흐름 문제로 확인돼 결국 후방 설계를 바꿨다”고 말했다. 전 중령은 “작전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진동이 있어 에둘러 ‘조종하기 무섭다’고 의견을 냈더니 결국 수정을 해줬다”며 “검증 비행을 해 보니 완성도가 훨씬 높아져 있었다”고 전했다.

공군은 현재 KF-21을 주력으로 운용하는 대대 창설을 앞두고 있다. 전 중령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인 KF-21을 타겠다는 후배 조종사들이 이미 줄을 서 있다”며 “비행을 하지 않는 선배들조차 ‘한번 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내부 인기가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AI는 현재 4.5세대 전투기로 평가받는 KF-21을 더 많은 기능을 갖춘 모델로 진화시키는 게 목표다. 김 팀장은 “KF-21은 완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전투기”라며 “전투기 배면에 있는 반매립된 설계나 외부 돌출된 디자인을 매립형으로 바꿔서 스텔스(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기능) 성능을 높이는 등 파생 모델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변종국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