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으로 꾸며낸 무속인을 내세워 지인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한 뒤 87억여 원을 뜯어낸 부부가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하충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과 사기 혐의 등으로 40대 부부를 지난달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018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여성에게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과 77억 원어치 수표를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부부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고 있던 피해자에게 “장애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용한 무속인을 안다”고 접근했고, 이어 자칭 조말례라는 무속인 연락처를 넘겼다.
피해자는 조말례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년간 상담을 했고, 자신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조말례의 지시에 따라 성적인 장면이 담긴 동영상까지 찍었다. 그러다 “영상을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피해자는 무속인 조말례에게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과 77억 원어치 수표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무속인 조말례는 부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남편(49)이 모임에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속인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를 속였던 것. 부부는 피해자의 남편에게도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회삿돈 65억여 원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편이 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배후가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해 보완수사에 나섰던 것.
피해자의 남편은 빼돌린 회삿돈 대부분을 사기를 친 부부 계좌로 이체했다. 피해자도 “남편이 나 때문에 무속인에게 속아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결과 이들 부부가 가상의 무속인을 내세워 피해자를 속였다는 증거물이 다수 확보됐다.
고도예 ye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