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하고 적절한 권력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정을 운영(run)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사실상의 과도통치를 선언했다.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대신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에 협조한다면 미군 주둔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 또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대통령직 임무를 수행하라고 발표했다.
다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마두로 한 명뿐”이라며 미국에 순순히 협력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2024년 7월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겨룬 야권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또 다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도 ‘포스트 마두로’의 유력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누가 권력을 잡건 상당 기간 정정 불안이 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이 제대로 통치”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절한 권력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가 그냥 떠나면 (베네수엘라가) 회복할 가능성은 ‘제로(0)’다. 우리가 제대로, 전문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베네수엘라에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나쁜 사람이 많다. 그들 중 누군가가 마두로의 자리를 이어받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했다. 반(反)미국 성향 등 마두로 대통령의 노선을 추종하는 후임자가 나타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 동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베네수엘라 국정 운영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쿠바계이며 스페인어가 유창한 루비오 장관은 이날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로드리게스 부통령, 그의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등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은 아직까지 미국에 협력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우방인 중국, 쿠바, 러시아, 벨라루스, 튀르키예 등으로 망명하거나 베네수엘라 내에서 게릴라전을 촉발시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루티아가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해야 한다’고 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그는 2024년 대선 당시 승리했지만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 여파로 현재 해외 망명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에 대해 서는 “지지 기반이 부족해 통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이라크-아프간 정권교체 실패 딜레마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빠르게 무너뜨렸다. 그러나 독재자 축출 후 들어선 친(親)미 정권은 미국의 대규모 지원에도 부패와 무능으로 국민 지지를 잃고 테러 또한 일상화하자 대혼란에 빠졌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단일 패권국 미국의 국제사회 내 위상과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이번 베네수엘라 국정운영 개입 역시 제2 이라크, 제2 아프간이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뚜렷한 대책도 없이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스럽게 얻은 교훈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