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사법부 내부가 아닌 집권 정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퇴 요구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그동안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지만 이번엔 삼권분립의 주체를 서열화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외압에 맞서거나 대법원장을 둘러싼 역대 ‘사법파동’은 4차례 있었지만 모두 사법부 내부에서 ‘정권에 굴복하면 안된다’며 대항하거나 자정작용을 요구하는 것에 가까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성근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거짓 해명’ 의혹이 불거지자 법원 내부를 중심으로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0년 4월 당시 김 대법원장은 ‘국회의 탄핵 논의’ 등을 의식해 이를 언급하면서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논란이 되자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법원에서는 “대법원장이 현 정권에 영합하려는 것이냐”며 “대법원장이 여권의 눈치를 본다”고 반발해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 김 전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김 전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긴 했지만 ‘여당과의 발맞추기’라는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대법원장은 임기를 끝까지 채웠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권 차원에서 사법부 수장의 사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헌법에 명문화된 뒤 처음 있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한 법원장은 “독재 정권에서도 대법원장 사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한 적은 없었다”며 “정치인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과 대통령실이 호응 메시지를 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가 정부나 여당에 속해있는 객체도 아니고, 엄연히 삼권분립으로 독립되어 있는데 그 수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할 수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부를 본인들의 발 아래 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권과 영합하려는 사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측면에서 일어난 사법파동으로는 2명의 대법원장이 사퇴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임명된 김용철 9대 대법원장은 1988년에, 노태우 정권에서 임명된 김덕주 11대 대법원장은 1993년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놨다. 당시 사법파동에 참여한 판사들은 유신헌법 철폐 등을 주장하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