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의 겹악재로 지지부진한 사이 대만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한 결과다.
14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약 5218만 원)로, 대만(3만8066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명목 GDP 전망치(1조9345억4592만 달러)를 통계청 인구 추계상 올해 인구(5168만4564명)로 나눠 추정했다. 대만의 1인당 GDP는 대만 통계청이 최근 제시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2003년 1만5211달러로, 대만의 1인당 GDP(1만4041달러)를 추월한 뒤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2018년 한국(3만5364달러)과 대만(2만5889달러)의 1인당 GDP 격차가 9475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올해 1인당 GDP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은 22년 만에 대만에 따라잡히게 된다.
이는 반도체 수출 증가를 바탕으로 한 대만의 고속 성장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는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났지만 내수 부진 장기화와 미국의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타격 등으로 대만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만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수출 실적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했고, 한국은 내수 부진 등이 반도체 수출 호재를 상쇄해 버렸다”며 “초격차 기술 개발이나 AI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늦어지면 대만과의 소득 격차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