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북핵 정책에 대해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밝혔다. 북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 입구로 축소, 비핵화로 진전되면 상응 조치로 보상을 제공하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처음 제시한 것. 미국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핵동결과 군축협상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통해 핵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밝힌 비핵화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핵 동결-폐기’ 2단계 구상에서 축소가 추가된 것이다. 8년 전에 비해 북한의 핵 고도화가 상당 수준 진전된 만큼 ‘스몰딜(small deal)’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비핵화 정책에 대해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 동결 및 군축’으로 바뀌면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및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기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뜻도 처음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라는 역대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사 분쟁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미국에도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일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 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2018년 일본 주도로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