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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태워 바다 돌진 40대 가장 “나도 수면제… 숨막혀 탈출”

가족 태워 바다 돌진 40대 가장 “나도 수면제… 숨막혀 탈출”

Posted June. 05, 2025 08:47,   

Updated June. 05, 2025 08:47


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처자식 3명을 숨지게 한 비정한 40대 가장이 경찰 조사에서 “나도 수면제를 먹었지만 바닷물에 숨이 막혀 혼자 차에서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4일 광주지법은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살인 및 자살방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지모 씨(49)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지 씨는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지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전남 목포의 한 광장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17세, 19세 두 아들에게 수면제 4알을 탄 피로 해소 음료를 건네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는 아내가 복용하던 조울증 치료용 수면제를 이용해 전날 숙박했던 전남 무안의 펜션에서 수면제 음료수를 미리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 씨는 두 아들이 음료를 먹고 잠들자 전남 진도군 진도항까지 71km를 운전했다. 지 씨는 1일 0시 40분경 진도항에 도착한 뒤 10여 분 있다가 차 안에서 부인 정모 씨(49)와 각각 수면제 10여 알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지 씨는 다시 10여 분을 기다렸다가 바다를 향해 차를 몰았다. 이때 운전석, 조수석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았다.

지 씨는 경찰에 “차에 차가운 바닷물이 들어오자 잠이 깼다. 바닷물에 숨이 막혀 창문을 통해 혼자 탈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도적으로 차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숨이 막혀 본능적(무의식)으로 빠져나왔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지 씨가 차에서 탈출한 직후 30∼40m가량을 헤엄쳐 공중화장실 인근 도로에 올라오는 장면이 찍힌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지 씨는 공중화장실에 4시간 동안 숨어 있다가 산속에 들어가 20시간 동안 머물렀다. 그는 119에 가족에 대한 구조 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지 씨는 2일 오후 2시경 진도항 인근의 한 가게에서 휴대전화를 빌려 친구 김모 씨(51)와 통화를 해 도주를 시작했지만 7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지 씨의 부인과 두 아들을 부검한 결과 사인이 익사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의 시신은 차량 앞뒤 좌석에서 발견됐다. 경찰 과학수사팀은 지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건설 현장 일용직인 지 씨가 건설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해 빚을 1억6000만 원 지는 등 생활고 외에도 부인의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감안해 금융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기록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 씨의 도피를 도운 친구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