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상호·품목 관세의 조정과 경제안보·투자협력·환율 등 다른 사안들을 묶은 ‘7월 패키지’의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가 목표시한으로 정한 7월 8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제품에 부과한 25% 관세의 유예가 종료되는 날이다. 한국은 6월 3일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패키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차기 대통령 몫이 될 전망이다.
24일 워싱턴DC에서 한미 재무장관, 무역통상 장관이 만난 ‘2+2 통상협의’가 끝난 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 측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 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의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인식을 공유한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협상 속도를 놓고 이렇게 양국간의 온도차가 큰 이유는 처한 상황이 워낙 달라서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속히 타결해 ‘시범 케이스’로 삼고 싶어 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을 앞둔 정치 현실 때문에 타결을 서두르다가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가 “한국의 정치일정,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을 미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 만큼 미국의 일방적인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보폭 조절이 더욱 중요해졌다.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확대 등 국내에서 이견이 거의 없는 사안들부터 먼저 협의해 자동차·철강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의 관세 면제, 최소화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규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 민감하고, 재정부담이 큰 문제는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엔 의제에서 빠졌지만 미국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방위비 분담 논의도 대비해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더 과격한 미국의 요구를 자초해 덤터기쓰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절대 양보해선 안 될 내용, 더 큰 이익을 위해선 포기할 수도 있는 조건이 뭔지 경제계, 정치권의 의견을 파악해 미국 측과 차분하게 협의한 뒤 6월에 들어설 차기 정부에 바통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국익의 총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정권, 민관의 경계를 뛰어넘는 지혜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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