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7000건대로 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단기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값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준공 후 미분양, 즉 악성 미분양은 4년 만에 최대치까지 늘어났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7609건으로 7월(9518건)보다 20.1%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감소한 건 지난해 11월(2417건) 이후 9개월 만이다. 거래량이 정점을 찍었던 7월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을 시작하며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에 나선 데다,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며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이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1321건이다. 신고 기한이 계약일 이후 한 달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9월 거래 건수는 8월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비(非)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 거래량은 8월 1만992건으로 7월(1만2783건)보다 14.0% 줄었다. 지난해 12월(4073건) 이후 8개월 만의 감소다.
돈줄을 죄어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을 통해 단기 집값 상승세는 일단 진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4분기(10∼12월) 한은의 금리 인하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높은 서울은 대출 규제 영향으로 거래가 둔화되는 반면, 지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당장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악성 미분양’은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6461채로, 전월보다 2.6%(423채)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해 2020년 9월(1만6883채) 이후 최대다. 최근 집값 상승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550채로 전월보다 5.9%(4272채) 줄었지만 전남, 경남, 경기 등 지역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은 여전히 늘고 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