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다 보수가 자멸한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국민의힘 7·23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상대 후보를 향해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네 탓을 했다. 배신자 공방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까지, 계속된 네거티브와 그에 따른 이전투구 양상이 연설회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헐뜯기 전당대회 국면이 계속 해서 이어진 것. 당내에선 “우리끼리 자해하는 저질 싸움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확전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모두 “이러다 다 죽는다”면서 “너 때문에”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날 합동연설회의 핵심 화두는 ‘당 분열’이었다. 김 여사 문자 논란으로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한 후보는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는 오직 한 계파만 있을 것”이라며 “친국이다. 친국가, 친국민, 친국민의힘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향한 친윤 진영의 공격에 대해 “거야 폭주와 싸울 때 몸을 사리더니 내부 공격할 때 권모술수가 난무한다”고 밝혀왔던 한 후보 첫 연설회에서도 내부 공격 문제에 영점을 잡고 공세에 나선 것이다.
반면 원희룡 후보는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한 후보를 정면 겨냥했다. 한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당정관계를 두는 원 후보는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대통령 지지율 26%, 국민의힘 지지율 33%, 정말 이러다 다 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전면 재시공 변화가 필요하다. 최고 팀워크로 당정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정신 못 차리고 치고 박고 싸우고 줄 세우고 줄서고, 이래서는 정권 재창출은 어림없다. 다같이 망하는 전당대회냐”고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두 후보를 향해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 대표, 눈치보고 끌려 다니는 당 대표”라고 규정한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도 줄세우고 줄서는 정치 망령이 떠돈다. 이래가지고 우리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윤상현 후보는 “우리당을 폭망(폭삭 망하다)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썩은 기득권의 줄세우기와 계파정치”라며 “줄을 세우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강하게 거부하라. 그들의 말은 달콤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당을 병들어 죽이게 하는 독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 “저질 자해, 보수 자멸 우려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당권주자들의 네거티브 전에 당 지도부와 당 의원들은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며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빌미를 제공하고, 당정관계 관련 논란이 최근까지 당에서 잠잠했던 계파정치를 되살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황우여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후보 진영에 속한 일부 구성원이나 지지자들의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통해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후보자들은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선거운동 기간 동안 도 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원내대표로서 과감히 지적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 위원장과 서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합동연설회 직전 비공개로 진행한 간담회에선 “전당대회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고 후보들에게 경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당 의원 108명이 있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자중해야 한다” “성명서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이 글이 이날 계속해서 올라왔다고 한다. 4선 중진 김태호 의원은 “보수의 자멸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며 “연판장이 나돌고, 개인 간에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까지 열리고 있다. 권력 앞에선 인간관계의 신뢰는 존재하기 힘든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