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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갇힌 한인들에 도움 손길 내민 美부부 방한

폭설에 갇힌 한인들에 도움 손길 내민 美부부 방한

Posted May. 15, 2023 08:27,   

Updated May. 15, 20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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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두려움에 떨었을 이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은 마음에 집에 있던 한국 음식 재료를 모두 꺼내와 보여줬어요.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저희 부부의 집에는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이 있거든요. 낯선 곳에서 편히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북서부에 내린 폭설로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0명에게 2박 3일간 집을 내준 미국인 부부 알렉산더 캠파냐(40), 앤드리아 캠파냐(43)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장실) 초청으로 13일 방한한 캠파냐 부부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14일 만났다. 이날 이 부부는 5개월 전 자신의 집 문을 두드렸던 일행 중 한 명인 박건영 씨(55)와 재회했다. 박 씨는 “이방인 10명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캠파냐 씨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우리를 집으로 들였고 한국 음식까지 나눴다. 폭설 속에서 우리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부부는 박 씨 일행과 지내는 동안 제육볶음과 닭볶음탕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 평소 한국 음식을 즐겨 먹었던 부부의 집에는 한국 식재료는 물론이고 전기밥솥까지 있었다. 박 씨는 “캠파냐 씨 부부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 보이면서 ‘먹고 싶은 한국 요리를 마음껏 만들어 먹으라’고 해준 말이 참 고마웠다”고 했다. 이에 알렉산더 씨는 “우리가 평생의 친구가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수확”이라고 화답했다.

부부는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앤드리아 씨는 “남편과 첫 데이트를 할 때도 한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었다. 그날 우리가 한국인 관광객들을 집으로 맞은 건 운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13일부터 열흘간 한국 곳곳을 여행하는 부부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꼽았다. “한국 음식뿐 아니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 가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 이를 이루게 돼 영광입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