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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 지명 놓고 또… 사사건건 충돌에 국민은 지친다

한은총재 지명 놓고 또… 사사건건 충돌에 국민은 지친다

Posted March. 24, 2022 09:03,   

Updated March. 24, 2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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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신임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이 또 충돌했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발표하게 됐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즉각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이젠 인사권 충돌로 본격 비화하는 흐름이다.

 인사권 갈등은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제든 터질 뇌관이었다. 양 측의 소통 창구였던 당사자들이 각각 기자간담회나 비공개 설명회 등을 통해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다 새 정부 출범 전에 현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불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총재 지명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윤 당선인 측은 “‘이창용씨 어때요’ 해서 (제가)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비토이고 아니고 얘기하기 전에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며 “발표 10분전에 전화 와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당선인 측이 원하는 대로 선물을 준 것인데, 벼락을 맞았다”고 반박했다.

 한은 총재 지명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이면엔 감사위원 임명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공석인 2명의 감사위원 중 최소한 1명은 자신들이 임명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사업이나 태양광 사업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일 경우에 대비해 감사위원 진용을 우군으로 채워 퇴임 후 ‘안전판’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 인수인계가 이처럼 혼란스럽고 파행을 빚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떠날 권력은 끝까지 자기 몫을 챙기려 하고, 새로 들어설 권력은 “그냥 떠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정권교체기에 떠나는 권력의 인사권 행사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그게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에도 맞다. 윤 당선인 측도 곧 떠날 권력을 지나치게 몰아붙이기 보다는 다소의 퇴로 명분을 주면서 협조를 얻는 기조를 택하는 게 신구 권력 갈등으로 지치고 짜증나는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