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100명 둘러앉아 책읽던 교보문고 ‘카우리 테이블’...그 위에 미술 내려앉다

100명 둘러앉아 책읽던 교보문고 ‘카우리 테이블’...그 위에 미술 내려앉다

Posted January. 07, 2021 08:13,   

Updated January. 07, 2021 08:13

日本語

 1년 전만 해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사람들은 이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가로 11.5m, 세로 1.5∼1.8m, 무게 약 1.6t. 거대한 나무판 두 개로 만들어진 이 테이블엔 최대 100명이 둘러앉을 수 있었다. 서점 중심을 가로질러 자리한 ‘카우리 테이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테이블의 의자 수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것. 차츰차츰 간격이 멀어지던 의자는 어느 새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고 책과 사람이 모여야 할 독서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였다. 방치된 테이블 위에 서점 측은 책과 문장을 소개했고, 이번엔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시작한 ‘너무 작은 심장’전은 강동호 고경호 김민수 등 20, 30대 미술가 19명의 소품 99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림과 함께 ‘젊은 작가로 사는 것’을 주제로 작가들이 쓴 글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불안이 일상이 된 지금, 새해를 맞아 젊은 미술가를 응원하고 희망을 주자는 것이 전시의 취지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열린다.

 카우리 테이블 위 전시의 시작은 지난해 6월 ‘100인의 테이블, 100권의 이야기’였다. 100개의 작은 출판사가 내놓은 대표 도서 1종씩을 소개하는 기획전이었다. 그 다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키워드 10개로 책을 소개한 ‘뉴 노멀―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모두의 마음에 힘을 줄 수 있는 문장과 책을 소개한 ‘문장수집+함께’전이 이어졌다.

 교보문고는 “빈 독서 테이블을 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소형 출판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전시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독자에게 문화적 휴식을 드리려는 노력이지만 하루빨리 독서 테이블이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처음 설치된 카우리 테이블은 뉴질랜드 늪지대에서 발견된 5만 년 전 카우리 소나무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빙하기 자연재해로 땅속에 묻혔다가 산소와 접촉이 차단돼 수만 년 동안 원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2015년 7월 뉴질랜드에서 채굴된 카우리나무는 컨테이너에 담을 수 있는 최대 길이(11.5m)로 나뉘어 이탈리아에서 가공한 뒤 부산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