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관광 사업이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한국계 무역회사를 새 관광사업자로 지정해 독자적인 관광사업을 시도하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다른 주변국을 대상으로도 사업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허를 찔린 분위기다. 3일 밤 북한이 미국 사업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정부 당국자들은 금시초문이다. 아직 3주 시한이 남아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북측은 지난달 29일 앞으로 3주 뒤에 남측의 재산권 처분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북한이 4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하고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할 때만 해도 정부 관계자들은 남측의 관광 재개를 압박하려는 제스처로 해석했다. 그러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금강산사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고인민회의 정령을 통해 내놓은 특구법인 만큼 후속조치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의 조그만 소주 회사가 법적인 효력도 없는 MOU를 체결한 수준이라면 정부가 나서 대응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독자적인 관광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새 사업자라는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도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때문에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실제 관광 수요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내심 북측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방북한 현대아산 임직원들에게도 북측과 이 문제를 논의해 보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갈등에다 대북 수해지원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던 정부의 구상마저 쉽사리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은 4일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식량과 시멘트 등 물자와 장비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대한적십자사가 생필품과 의약품, 라면 등 50억 원 규모의 대북 수해지원을 제의한 데 대해 식량과 시멘트를 달라며 역제의해 온 것이다.
이에 정부는 한적 총재 이름으로 통지문을 보내 어제 통보한 대로 생필품 의약품 등을 보내겠다고 다시 알렸다.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식량과 시멘트는 곤란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는 수해 지원 품목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 lighte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