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일부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소송에서 키코 계약이 불공정 계약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기업 측이 무더기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여훈구), 22부(부장판사 박경호), 31부(부장판사 황적화), 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29일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118개 중소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99개 기업의 청구를 기각하고 19개 기업에 대해선 은행이 일부 배상하라고 일괄적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각 재판부는 키코 계약의 구조가 불공정하다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착오나 기망에 의한 계약이라는 기업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19개 기업에 대해선 은행이 계약 과정에서 해당 기업에 적합한 상품인지 확인하지 않거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경우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해당 은행이 600만10억 원씩 피해액의 2050%를 배상하도록 했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계약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금액의 두세 배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2008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손해를 본 중소기업은 불공정한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은행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계류 중인 사건 141건 가운데 91건(118개 기업)을 이날 동시에 선고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화랑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장은 상품 자체의 적합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