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청송군의 항변

Posted March. 27, 2010 06:51,   

日本語

경북 청송군()은 소나무에 학이라도 내려 앉아 있을 것 같은 풍광을 연상시키는 지명이다. 실제로 전체 면적의 약 83%가 임야여서 산과 계곡이 깊고 물이 맑은 고장이다. 주왕산국립공원을 비롯해 달기약수 솔기온천 얼음골 송소고택 등 관광자원도 많다. 주산지()는 물에 절반쯤 잠긴 수령 100년 이상의 왕버들 수십 그루가 물안개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조선 경종 때인 1721년 만든 이 저수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촬영한 곳이다.

청송 하면 교도소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1983년 생긴 보호감호소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12월 재범 가능성이 높은 흉악범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보호감호제도를 도입하면서 이곳에 보호감호소를 세웠다. 처음에는 서해안 외딴 섬에 보호감호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다량의 식수를 구하기 어렵고 교도관들이 죄수 아닌 죄수 생활을 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결국 청송으로 결정됐다.

청송교도소는 수감자가 탈옥에 성공하기 어려운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교도소 좌우와 뒤편은 절벽이 가파른 광덕산에 둘러싸여 있고 앞에는 하천이 흘러 빠삐용 요새로 불린다. 탈옥수 신창원도 이 교도소에서는 옴쭉달싹 못했다. 조폭 대부 김태촌도 이곳을 거쳐 갔다. 2005년 사회보호법 폐지 후 보호감호소는 교도소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나영이 사건의 범인 조두순을 비롯한 많은 흉악범들이 수용돼 있다. 다른 지역에도 지명을 딴 교도소들이 있지만 청송교도소는 수용자들의 악명이 높아 유난히 메스컴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청송교도소에 사형수들을 집결시키고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뒤 청송군이 반발하고 있다. 한동수 군수는 흉악범만 수용하는 고장으로 인식돼 청송의 브랜드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법무부에 재고를 요청했다. 청송군 향우회장은 대도시에만 있던 사형장을 인구 3만 명도 안 되는 작은 군에 만들려는 것은 청송군을 교도군이나 사형군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청송군은 교도소 명칭을 지명 대신 희망 교도소처럼 보통명사로 바꾸고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재고하라고 요구한다. 이유 있는 항변인 만큼 성의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