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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연구시장 vs 정책시장

Posted February. 12, 2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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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로 확 내렸을 때 가장 크게 놀란 사람들은 기업인도 서민도 아닌 경제연구자들이었을 것 같다.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다. 정부의 2009년 플러스 성장(3%) 전망에 따라 국책연구소는 물론이고 민간연구소들도 어떻게든 끼워 맞춰 플러스 전망치를 발표해왔는데 정부가 마이너스로 돌변한 때문이다. 분석과 예측 실력으로 먹고사는 연구집단이 정책운용집단에 뒤통수를 맞아도 아주 세게 맞았다.

대표적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월 21일 당시 성장전망치 마지노선인 1%를 깨고 0.7%를 제시하자 KDI가 모처럼 역할을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년 말 전망치를 1%대(1.7%)로 처음 내린 한국금융연구원도 비슷한 격려의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두 연구원은 내부적으로는 마이너스 전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발표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마사지(massage)로 발표치를 부풀렸다는 얘기다. 1월말 물러난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1%대 발표 후 정부에서 싫은 소리를 하더라고 주장했다.

국내외 상황과 정부 대응이 급변하니 전망 자체가 힘든 게임이 됐다. 하지만 작년 12월 2%를 제시했던 한국은행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올해 1월말 총재의 강연이라는 옹색한 방법으로 밝힌 건 한은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 정도라면 공식발표를 했어야 옳다. 국민이 올해의 경제여건을 짚어보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의 자료를 더 살펴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심지어 민간연구소들도 정부 눈치를 본 흔적이 뚜렷하다면 연구자들은 부끄러워할까, 알아주니 다행이라고 할까.

연구시장의 입을 막아 정책 불만을 줄인들 정부에 좋을 게 없다. 정부에 필요한 문제 제기나 정책 제언도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활동공간을 얻게 되고 정부는 또 쩔쩔매면서 해명해야 한다. 정부가 정직해지겠다는 윤 장관의 약속은 연구시장 해방 선언이어야 의미가 있다. 정부가 경제실상을 국민에 솔직히 밝히는데, 연구소가 연구결과를 자기 책임 아래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못한다면 불공정하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