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양평TPC골프장의 사업권을 둘러싼 소송이 더욱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의 탈세 횡령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던 시내산개발 박모 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 착수 직후 문 회장 측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낸 뒤 진정을 취하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박 씨의 한 측근 인사는 썬앤문그룹을 상대로 한 양평TPC골프장 사업권 소송 과정에서 카펫 수입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를 통해 모 고법 부장판사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거액 합의금 받고 진정 취하=썬앤문그룹 핵심 관계자는 24일 며칠 전 박 회장에게 합의금을 지급했으며 박 회장이 진정을 취하한 것으로 안다며 (진정서를 통해) 우리를 압박해 항복을 받으려고 한 게 결국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썬앤문그룹 측은 구체적인 합의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당초 박 회장이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 전에 요구한 액수를 훨씬 웃도는 거액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날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휴대전화에는 해외 로밍 중이라는 메시지가 남아있었다.
박 회장의 진정서 제출과 일부 언론의 보도로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은 결국 수사기관과 언론사 등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 했던 것 아니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 관계자는 진정을 취하했더라도 수사는 계속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달 초 문 회장이 계열사인 양평TPC골프장의 회사 자금 800억 원가량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썬앤문 측은 당시 골프장 회원 분양대금 800억 원은 골프장 건설 공사비로 사용됐다며 횡령 의혹을 부인했다.
썬앤문그룹 문 회장은 김성래(수감 중) 전 부회장과 공모해 2002년 대선 당시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0억 원이 확정됐다.
이에 앞서 김 전 부회장은 2003년 2월 문 회장의 차명계좌에 있던 60억 원의 행방을 추적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올해 5월 검찰에 냈다. 김 전 부회장은 진정서에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정치권 실세에게 전달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도 로비?=카펫 수입판매업자 김 씨의 법조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는 지난해 최모 씨가 김 씨와 함께 모 고법 부장판사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박 회장이 문 회장을 상대로 낸 양평 TPC골프장 사업권 관련 소송 항소심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최 씨와 김 씨는 이 고법 부장판사에게 항소심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고 금품도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당초 최 씨에게 이 사건을 부탁한 사람은 정모(사망) 씨로 박 회장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정 씨는 양평골프장을 인수할 때 같이 일했으나 나중에 등을 돌렸다며 나한테 미안해서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업권 소송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승소했다.
조용우 장택동 woogija@donga.com will71@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