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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과권력

Posted February. 04, 2006 04:35,   

권력의 정의를 내리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힘, 지배, 복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막스 베버는 타인의 힘을 거슬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힘이라는 표현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권력=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통한다.

청와대가 검찰을 겨냥해 초과권력이라는 말을 들고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검찰이) 정치인들 계좌는 다 뒤져 본다. 나에게 후원금 준 사람을 잡아넣고. (검찰은) 자기 계좌는 안 보여 주는 유일한 조직이다. 김종민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은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대통령은 취임 후 초과권력을 다 내놓았는데 검찰에는 초과권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노 대통령은 여당조차 강하게 거부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밀어붙였다. 지금이 봉건왕조시대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2002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 감옥에 갔던 이상수 전 의원에 대해선 사면 복권을 서둘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토록 하고, 낙선하자 노동부 장관에 임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 지연()인사, 보은()인사는 더욱 두드러졌다. 인사를 전리품() 챙기듯 하는 양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까지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수사()다.

아무리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라도 인사권과 사면권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남용하면 초과권력이 된다. 임기가 있는 한시적 권력이 분수를 모르고 역사를 일방적으로 마름질하려는 것도 초과권력적 현상이다. 반면에 검찰이 대통령에게 후원금 준 사람을 (범법 사실이 있을 때 정상적인 법 집행 차원에서) 잡아넣는 것은 초과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초과권력 시비에 있어서도 자기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