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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골프 1조 원

Posted July. 01, 200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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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57) 씨는 두 달에 세 번 정도 해외 골프를 즐긴다. 지난달엔 일본 규슈의 골프장에서 사흘 동안 54홀을 돌았다. 요즘 인천공항에는 K 씨와 같은 사람이 줄을 잇는다. 재작년까지 하루 평균 500600명이던 해외 원정 골퍼가 지난해에는 1000명 선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로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연간 해외 골프 여행객은 30만 명이고, 이들이 해외에서 쓰는 경비는 1조 원을 넘는다. 한국인이 외국 골프장을 선호하는 첫째 이유는 부킹(예약)이 어렵지 않고 골프장 입장료가 싸기 때문이다. 한국은 1인당 15만20만 원이나 미국은 5만6만 원, 영국은 7만 원, 중국과 태국은 6만7만 원, 일본은 12만16만 원 선이다. 반()골프 정서가 있는 한국과 달리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한다.

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에 골프장 건설 활성화를 요청했다. 현재 194곳에 불과한 골프장을 늘려 해외로 나가는 연간 1조 원의 돈을 국내 소비로 돌리고, 위축된 건설경기도 살리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을 짓고 싶어도 입지()나 절차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 인허가를 받는 데 보통 23년이 걸리고 도장도 780여 번을 찍어야 한다.

지난해 7월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골프장 설립을 신청한 230개 업체에 대해 되도록 빨리 허가를 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흐지부지됐다. 조기() 허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사 효용이 떨어진 한계()농지에 농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골프장을 짓는 것도 방법이다. 건설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도 증대될 것이다. 해외 골프로 연간 1조 원이나 빠져나가는 마당에 언제까지 골프장은 안돼!라고 할 것인가. 골프와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도 됐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