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윤의 기 꺾지말자

프로농구 유망주 방성윤(23)은 요즘 운동할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한다.

KTF와 입단 계약을 둘러싼 갈등에 휘말려 있어서다. 에이전트사인 IMG코리아와 KTF가 감정대립까지 보이고 있어 그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23일에는 오해를 풀겠다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으나 설상가상으로 KTF에 몸값 수십억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불거져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당초 방성윤은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위해 앞으로 2,3년간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돈은 상관없으니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만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런 그의 도전 정신에 팬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규정에도 없는 거액의 계약금 얘기가 나오면서 자신의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게 됐다. 결국은 돈 문제가 아니었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프로농구를 뒤흔든 이번 사태에서 방성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희생양처럼 보인다.

에이전트 측은 신인 연봉이 최고 9000만원이고 계약금은 줄 수 없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방성윤이 마치 로또라도 된 듯 한 몫 챙기려는 듯한 인상이었다.

KTF 측도 신생 구단의 한계였던지 협상과정에서 방성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융통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원칙론만을 되풀이해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어설프기만 한 한국농구연맹(KBL)의 관련 규정도 혼란을 부추겼다. KBL은 해외진출 선수와 에이전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제야 관련 제도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방성윤은 NBA의 서머리그 준비를 위해 26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제 남은 건 한국 농구의 대들보인 방성윤의 장래를 생각하는 어른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