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이종석 대미 안보협상 문제점 밝혀져야

[사설] 이종석 대미 안보협상 문제점 밝혀져야

Posted May. 17, 2005 23:11,   

日本語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관련해 지난달 초 두 차례나 청와대의 점검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기로 해 놓고 나중에 이를 번복했다는 내부 지적이 있어서 이 차장을 출석시켜 점검회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회의는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주재 하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이 질문하고 이 차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는데 이 정도면 단순한 점검이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 온 이 차장을 불러 청문회나 다를 바 없는 점검을 해야 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청와대는 점검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했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작년 10월 한미안보협력회의(SCM)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해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올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 국가 간의 합의사항이 불과 수개월 만에, 그것도 아무런 앞뒤 설명 없이 바뀔 수 있는가.

청와대는 협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 표명도 앞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이 차장이 직접 나서서 전말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 차장 중심의 외교안보 시스템의 적법성, 효율성을 놓고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차제에 정부는 NSC체제의 문제점까지 전면 검토해야 한다. NSC 독주 체제가 계속돼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이번 파문도 외교안보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특정 기관과 특정인에게 의존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대미 협상을 성공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도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