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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투수무덤서 부활의 꿈

Posted March. 31, 200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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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26)이 결국 악연의 땅 보스턴을 떠났다. 그러나 하필이면 새로 둥지를 튼 곳이 투수의 무덤 콜로라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1일 콜로라도가 김병현을 받는 대신 보스턴에 고참 포수 찰스 존슨, 왼손 기대주 크리스 나브손과 260만 달러를 얹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병현에겐 득인가, 실인가=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격. 김병현은 애리조나 시절과는 달리 보스턴에서의 1년 10개월간 코칭스태프와 동료는 물론 팬으로부터도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잦은 부상과 슬럼프에 이은 손가락 관중모독 사건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보스턴의 극성스러운 언론도 내성적인 김병현을 몰아붙였다.

이에 비해 콜로라도는 매년 관중 3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야구 열기는 뜨겁지만 승부에 대한 집착은 덜한 편. 올해 전력도 우승권에서 벗어나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지난해 성적은 68승 9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문제는 해발 1650m 고지에 위치한 홈구장 쿠어스필드. 평범한 외야 뜬공이 홈런으로 둔갑하는 곳이다. 그래도 외형적인 장벽보다는 마음의 짐을 벗은 게 더 커 보인다.

보직은 어떻게 되나=콜로라도는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 에런 테일러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고 에런 쿡을 부상자 명단에 올린 뒤 김병현을 로스터에 올렸다.

MLB.com의 콜로라도 담당인 토머스 하딩 기자는 김병현이 2일 텍사스와의 시범경기에 중간계투로 데뷔전을 치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가 시즌 초에는 김병현을 롱 릴리프로 기용할 것이지만 종착역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올해도 콜로라도의 마무리가 무주공산인 데서 나온 것. 콜로라도는 지난해 숀 차콘이 35세이브를 올렸지만 1승 9패에 평균자책 7.11의 부끄러운 성적을 남겼다.

양 구단의 엇갈린 평가=포스트시즌의 귀재로 불리는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 김병현의 영입은 명백한 실수였다. 그간 이 친구에게 일어난 일은 미스터리였다며 떠나는 김병현의 등에 칼을 꽂았다.

반면 콜로라도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이제야 김병현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았다. 우리는 그의 위력적인 공을 잊지 못한다. 그는 큰 무대에서 던진 경험이 있고 성공의 역사를 썼던 선수다라며 환영했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