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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의의 독점

Posted March. 06, 20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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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 또는 도덕적으로 옳고 정당한 행위이다. 무언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할 때 올바른 처신을 일컫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볼 때 도덕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별로 존경스럽지 않은 일단의 사람들이 정의를 독점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자신이 부르짖는 개혁만이 나라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 것으로 과신하고 있다.

사실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사회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옳음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 국가 내에서도 그럴진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사회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옳음을 찾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독재자 카스트로는 쿠바 민족주의자와 우리 사회의 좌익에게는 정의일지 모르나 가난한 쿠바인들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불의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엔 과거에 핍박받았다는 업적 하나만으로 이 사회의 정의를 독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존경했을지라도 독재정권의 핍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 나라 민주화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민주화는 투쟁도 중요하지만 소득수준의 상승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난 40년간 부()의 창출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도 민주화의 일등공신인 것이다.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몇몇 진보적 개혁입법을 절대선()으로 밀어붙이려는 사람들 중에 독점적 정의론자가 상당수 보인다. 자유민주 사회를 위해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나 정의를 팔아 다른 사람의 침묵을 강요하고 자신의 목적만 챙기려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는 불순한 정의론자를 어떻게 솎아낼 것인가다. 일단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독점적 정의론자를 주의해야 할 것이다.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