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25시간여 만에 겨우 진압된 사우디아라비아 호바르의 외국인거주단지 인질사건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특이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세계 원유가의 급등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에서 외국인이 다수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해 유가 움직임이 주목된다.
발생=4명의 테러범은 29일 동틀 무렵인 오전 7시반 걸프만 연안의 화려하고 평온한 호바르의 아랍석유투자사 본사에 난입했다. 이들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사우디 경비원 2명과 영국인 파키스탄인 필리핀인 등 적어도 6명이 숨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아랍석유투자사 건물 앞을 지나던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10세된 이집트 어린이도 테러범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AP통신은 숨진 어린이의 아버지가 아랍석유투자사에서 근무한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30분 뒤 3.2km 떨어진 석유센터 본사로 몰려가 미국인 1명을 포함해 적어도 4명을 살해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어 이들은 1.6km 떨어진 오아시스호텔의 사드센터로 이동해 인질 50여명을 억류한 뒤 6층에서 사우디 경찰과 대치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언론의 접근을 막아 현장 상황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며 테러범과 희생자 수에 대해서도 외신들은 서로 엇갈리게 보도했다.
진압=사우디 경찰은 오아시스호텔 인근을 봉쇄하고 테러범 소탕에 나섰다. 경찰은 29일 오후와 30일 새벽 현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테러범들의 반격으로 부상자가 속출하자 일단 후퇴했다.
초기 진압작전에 실패한 사우디 경찰은 테러범들에게 투항하고 인질을 석방하라는 설득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30일 오전 5시반 헬리콥터를 이용해 특수부대를 오아시스호텔 상공에 투입해 진압작전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수부대는 오전 8시반경 진압작전에 나서 테러범 2명을 사살하고 나머지 2명을 체포했으며 인질 50여명을 구출했다. 외신들은 진압과정에서 인질 중 희생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징=자살폭탄 테러가 많이 발생한 사우디에서 경찰복 차림으로 위장하고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총기를 난사한 이번 사건은 매우 특이한 경우로 기록될 것 같다.
뉴욕 타임스는 테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총격을 가하는 공격은 차량폭탄보다 손쉽다며 게릴라 형태의 공격은 목표가 너무 많은 반면 방어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평가했다.
현지 신문들은 테러범들이 인질극을 벌인 건물 밖으로 적어도 1명의 인질을 내던졌으며 피살된 희생자들의 신체를 절단했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테러범들이 숨진 외국인 1명을 줄에 묶어 자동차로 180여m를 끌고 질주했다는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테러범들은 각 사무실을 가택수색하는 방식으로 외국인을 색출했다.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를 분리했고 이 중 레바논인 5명 등 이슬람교도는 즉각 풀어줬다. 이는 무차별 테러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한 것 같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한편 테러범들이 사우디 원유업계의 주축인 외국인들을 공격한 데 대해 원유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 타임스는 원유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면 시장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진 leej@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