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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삼보일배

Posted April. 09, 2004 23:06,   

삼보일배()란 세 걸음에 한 번씩 절하는 고행을 통해 자신의 죄업()을 씻고 깨달음을 얻어 모든 생명을 돕겠다고 다짐하는 불교 수행법의 하나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세 걸음에 한 번씩 큰절을 하면서 가려면 오죽 힘들까. 이보다 힘든 일보일배()도 있다고 하니 수행의 어려움을 속인들은 정녕 헤아리기 어렵다.

삼보일배의 요체는 하심()이라고 한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고 또 그런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은 생전에 하심에 대해 좋고 영광스러운 것은 항상 남에게 미루고 남부끄럽고 욕된 것은 남모르게 내가 뒤집어쓰는 것이 수도인의 행동이라고 했다. 또 낮은 자리에 앉고 서며 끝에서 수행하여 남보다 앞서지 않는다. 언제든지 고되고 천한 일은 자기가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봄 수경() 스님은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전북 부안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320km가 넘는 길을 65일 동안 삼보일배 한 후 삼보일배는 자신의 마음보를 고치는 운동이라고 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결과로 생각하고 한 걸음 떼어놓을 때마다 참회하고, 세 걸음 걷고 스스로 몸을 낮춤으로써 자신을 비우겠다는 의지를 다지자는 것이라는 얘기다.

총선을 앞두고 삼보일배 행진이 잦다.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광주에서 탄핵안 가결에 대한 사죄의 삼보일배를 하더니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대구지역 후보 부인 9명이 도심의 한 백화점에서 유서 깊은 국채보상기념공원까지 1km를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갔다. 명분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는 것.

이런 삼보일배에 성철 스님의 하심이 얼마나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고행을 자처함으로써 민심을 되돌리고 지역구도도 타파해보겠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은 표를 달라는 것이니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또한 어렵다. 불교계에선 벌써 삼보일배의 왜곡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불가의 저 유명한 화두 이 뭐꼬?를 되뇌고 싶은 심정이다.

이 재 호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