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의 북서부에 있는 섬, 페낭은 인도양의 에메랄드란 별칭을 갖고 있다. 식민지풍의 낡은 건물과 허름한 뒷골목들이 있는 조지타운 시내가 볼 만하다. 바다를 향해 늘어선 리조트 타운도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페낭에 들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 하나는 24시간 운항하는 대형 페리를 타면 20분밖에 안 걸린다. 또 페낭으로 가는 관문인 버터워스까지 기차를 타고 간 뒤 페낭대교를 건너거나, 아예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밤바다를 가르며 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페리를 권하고 싶지만 요즘엔 비행기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페낭대교는 13.5km의 길이로 우리나라 현대건설이 건설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페낭은 정말 많은 이름을 지녔다. 말레이 사람들은 플라우 카 사투(Pulau Ka Satu) 혹은 싱글 아일랜드(Single Island)라고 불렀다. 나중에 발견된 항해 지도에는 플라우 피낭(Pulau Pinang)이나 빈랑나무 섬(Island of Betel Nut Tree)으로 표기돼 있다. 포르투갈인에 의해 서양세계에 알려진 뒤 영국 식민지가 되었을 때는 웨일스 왕자의 섬이란 세례명을 받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독립과 함께 플라우 피낭으로 불렸다.
이 섬에는 식민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성의 중심지인 조지타운에는 고풍스런 유럽식 스타일의 건축들이 늘어서 있고 섬의 북동쪽에는 오래된 성채인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가 있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신했지만 예전엔 해적과 다른 열강의 침입을 대비한 성채였다.
조지타운에 남은 식민지 흔적
조지타운은 두 개의 거리(페낭과 출리아 거리)만 짚으면 쉽게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페낭 거리에는 호텔, 쇼핑타운, 레스토랑, 유흥가 들이 즐비하고 출리아 거리에는 싼 숙소와 여행사들이 밀집해 있어 페낭의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바라보는 듯하다.
또 각 종파의 사원들과 식민지풍의 오랜 건축물, 거기에 신시가의 모습이 기묘하게 섞여 약간 혼란스럽긴 하지만 말레이 특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시내 서쪽에 우뚝 솟아있는 64층 건물 콤타(Komtar)는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자체가 재미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지만 원통형의 건물 안에는 페낭 최대의 근대적인 쇼핑센터, 콤플렉스 툰 압둘 라자크가 자리해 쇼핑을 즐기러 온 현지인들로 붐빈다.
헤세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유럽인 호텔이라고 극찬했던 이스턴 오리엔탈 호텔도 조지타운에 있다. 1885년 창립한 이 호텔은 헤세 외에도 수많은 문화인들의 사랑을 받은 명소이다. 소설가인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단골 숙소이기도 했다. 전부 100여 객실은 오래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격식과 우아함을 갖춰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페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바투 페링기(Batu Ferringi) 비치. 오토바이로 북적거리는 시내를 벗어나 이곳으로 걸음을 옮기면 내로라하는 다국적 리조트들이 즐비하게 시선을 메운다. 바다를 테마로 한 거의 모든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좀 더 활달한 여행자라면 케이블카를 타고 페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페낭힐(해발 820m)에 오르거나 페낭과 말레이 고유의 민속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페낭 문화센터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또 뱀 사원은 사연도 많고 스릴도 넘친다.
수상가옥과 근대건물의 조화
밀림 지대가 많은 수마트라섬은 동서 교통의 요충인 말라카 해협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대부터 인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주요 도시로는 메단, 팔렘방, 파당, 잠비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팔렘방이다.
7세기에 팔렘방을 중심으로 불교 왕국인 스리비자야가 일어나 꾸준히 번영했기 때문이다. 신라의 고승 혜초도 이곳에서 체류하며 다음 여행길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싱가포르라는 이름은 팔렘방의 왕이 잠시 표류하다 지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등 이래저래 역사적으로 사연이 깊은 도시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후 주민의 이주를 장려하고 수마트라를 제2의 자바로 만들기 위한 개발계획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넓은 면적은 밀림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팔렘방은 인구 140만의 대도시이다. 유전이 개발되어 메머드급의 외항선들이 드나드는 수마트라 제2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수상가옥들이 근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보여준다.
페낭이나 수마트라에선 어떤 곳을 들르든 헤세가 방문했던 1911년 이후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