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바다없는 스위스 바다를 정복하다

Posted March. 02, 2003 22:34,   

日本語

바다라고는 없는 대륙의 섬 스위스.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가 해양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2일 뉴질랜드 하우라키만에서 열린 제31회 아메리카컵 요트대회 결승 5차 레이스.

스위스의 알링기호는 대회 2연속 우승에 빛나는 뉴질랜드의 팀 뉴질랜드호를 45초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이로써 알링기호는 9전5선승제로 거행되는 결승레이스에서 5연승을 거두며 152년 역사의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서 유럽국가로는 첫 우승의 쾌거를 이룩했다.

1851년 영국 대 미국의 대결로 시작된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서 이제까지 미국 27번, 호주 1번, 뉴질랜드가 2번 우승했지만 유럽국가가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 참가하는 요트는 대양을 여행할 수 있는 크루저급으로 웬만한 항공기보다 값이 비싸다. 척당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100여명의 선수, 기술자, 스태프가 3년 넘게 대회를 준비하기 때문에 초부자(super rich) 국가들의 경연장으로 불린다.

스위스의 우승 원동력은 알링기호의 선주이자 항해사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에르네스토 베르타렐리의 전폭적인 투자와 치밀한 선수 스카우트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유럽랭킹 3위의 생명공학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베르타렐리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7000만달러(약 840억원)를 쏟아 부었다. 선체 제작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선수 스카우트. 팀 뉴질랜드호의 2연패를 이끌었던 선장 러셀 쿠츠를 500만달러(약 60억원)에 영입했고 기술담당 브래드 버터워스 등 팀 뉴질랜드호의 주요 멤버를 스카우트했다. 또한 독일 출신으로 올림픽 요트 부문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한 요헨 슈헤만을 전략가로 임명해 드림팀을 구성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권위의 스위스 로잔 공대에 의뢰해 요트 제작에 각종 첨단 과학을 접목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타렐리는 영국이 미국에 해양권을 넘겨준 뒤 150여년 만에 꿈을 이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메리카컵 요트대회 차기 레이스는 우승국의 바다에서 거행되는 게 원칙. 그렇다면 바다가 없는 스위스는 어디서 타이틀 방어에 나설까. 이탈리아, 프랑스 인근의 지중해와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의 해상이 유력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요트클럽은 스위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며 벌써 도전장을 내밀었다.



권순일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