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것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월28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이라크를 악의 축 3개국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세계는 7개월여 동안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하지만 미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 질문은 우문이다. 미 언론에서는 이미 이라크전이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는 5월24일 미국이 20만명의 병력을 동원, 공습과 특수작전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전쟁계획을 최초로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6월23일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미군 25만명이 진격하는 전쟁계획을 보도했다.
두 신문의 보도는 미국이 개전 여부로 고민에 빠져있을 것으로 관측돼 온 것과 달리 전쟁계획 수립단계까지 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전쟁계획 보도의 결정판은 7월5일자 뉴욕타임스. 이 신문은 미국은 이라크 남북서쪽 등 3개 방면에서 모두 25만명의 육해공 3군이 동시에 쳐들어가는 작전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중부사령부의 행동계획을 인용, 구체적인 전쟁계획을 최초로 폭로했다.이 신문에 따르면 중부사령부는 해병대와 보병을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에 진격시키는 동시에 수백대의 전투기가 터키, 카타르 등 8개국 기지에서 발진해 이라크의 비행장, 철도, 광섬유 통신망 등을 초토화시키는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이 신문은 닷새뒤 10일에는 미국은 이라크 공격의 전진기지로 요르단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속보를 전했고 이달 29일에는 바그다드를 먼저 초토화한다는 세부적인 계획을 보도했다. 한달 사이 3번이나 뉴욕타임스가 미군의 1급 비밀을 토대로 전쟁계획을 보도한 것.
부시 대통령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아직 개전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동안 미 언론에는 이미 이라크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 여부까지 보도되고 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같은 언론보도에 대노,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비밀 정보의 유출은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저지할 국가의 능력을 저해하고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메모를 7월12일 국방부 주요관리들에게 보냈지만 이 메모조차 이틀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보도됐다.
세금이나 사회복지 정책이 아니라 군사계획이 이처럼 상세히 유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국가가 비밀을 간수하지 못하는 무정부적인 상황. 그러나 비밀을 흘리는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뉴욕타임스는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7월5일자에 한해서 취재원이 보다 창의적인 전쟁계획의 수립을 원하는 사람이라고만 기술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마이클 매커리는 (행정부의) 의도적인 유출이라면서 (유출로 전쟁계획이 자주 알려지게 되면) 대통령이 국민의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결정을 갑자기 내렸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버 연구소의 키스 에일러 연구원은 기만전술이며 심리전의 한 측면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도버해협을 바로 건너서 프랑스에 진격할 것으로 정보를 흘린뒤 프랑스 남부 노르망디에 상륙, 독일군을 따돌린 것처럼 정부가 의도적으로 가짜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의 케네스 왈츠 교수는 많은 가능성들이 유출되다 보면 사담 후세인은 어떤 가능성이 맞을지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적을 혼란시키는 방법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프가니탄에서의 공습으로 소진된 위성유도 합동직접공격폭탄(JDAM)을 다시 만들고 지상군 20만명을 이라크 주변으로 전개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전쟁계획 고의 유출로 바드다드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조성함으로써 전쟁의 효과를 대신하고 있는 것.
그러나 미 외교협회의 이라크 전문가 케네스 폴락 연구원은 공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공격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전쟁계획의 유출은 실제 전쟁시 병사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은택 euntac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