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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통신망 가동 않고 전화기에 매달린 ‘21세기 한국군’

3대 통신망 가동 않고 전화기에 매달린 ‘21세기 한국군’

Posted January. 27, 2023 08:25,   

Updated January. 27, 20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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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우리 군의 3대 긴급 정보전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기 침범을 식별하고도 각급 부대 간 긴급통신망인 ‘고속지령대’는 물론이고 대응작전 실행을 위한 ‘고속상황전파체계’, 도발 정보를 실시간 분석·대응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까지 작동시키지 않은 채 유선전화로 상황을 공유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방위사령부와 인접 군단 간에 지휘통제정보체계(C2A)가 두절돼 있어 수방사가 자체 포착할 때까지 침투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무인기 침범 한 달 만인 어제 군 당국이 공개한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는 그간 드러난 우리 군의 무능과 말 뒤집기에 더해 참담한 대응 실패를 거듭 확인해준다. 무엇보다 군이 3대 정보시스템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초기 상황 판단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군은 밝혔다. 북한 무인기 항적을 포착한 육군 1군단의 실무자는 이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고 ‘수시보고’ 대상으로 분류했다. 새 떼로 밝혀질 가능성 때문이라지만 이로 인해 고속지령대 등 정보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고 일선 부대부터 지휘부까지 유선전화로 상황을 공유했다.

군은 시스템 장비 고장 같은 물리적 문제는 없었고 ‘판단의 문제’였다며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일선 부대가 초동 단계에서 범한 판단 착오의 문제로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군 조직 전반에 걸친 의식의 문제, 조직의 문제가 아니었는지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판단 실책의 근저에는 ‘설마 별일 있겠느냐’는 느슨한 경계의식과 ‘괜히 법석 떨지 말자’는 무사안일주의, 적극적 대응의지를 꺾는 관성적 관료주의가 깔려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결국 총체적 대응 실패로 나타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 부대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쉽게 긴급 상황을 발령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이 작용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군 조직과 문화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교묘한 도발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런 타성에 빠진 군대다. 비상한 경계태세와 신속한 대응의지를 짓누르는 유·무형의 장애요인부터 찾아내 전면 쇄신을 꾀해야 한다. 군 전반에 걸친 정신 재무장과 함께 지휘라인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