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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둘러싼 논쟁 알아… 잊히지 않을 작품 만들것”

“날 둘러싼 논쟁 알아… 잊히지 않을 작품 만들것”

Posted June. 11, 2026 09:03,   

Updated June. 11, 2026 09:03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소머리는 ‘가짜’입니다. 한때는 24시간마다 새로운 소머리로 바꿔줘야 했죠. 이젠 예술이란 이름으로 동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기술력이 발전해서 ‘진짜 같은 가짜’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영국 현대미술가인 데이미언 허스트(61)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국현미) 서울관에서 전시 중인 그의 대표작 ‘천 년’(1990년)에 대해 “논쟁은 언제나 좋다”며 이렇게 밝혔다.

‘천 년’은 죽은 소와 파리 유충을 이용해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설치물로, 일각에선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쟁을 익히 알고 있다”며 “한국 젊은 세대가 작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줘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허스트는 1990년대 영국 현대미술을 이끈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엔 ‘영원한 악동’이란 칭호와 ‘한물간 거장’이란 오명이 동시에 따라다닌다. 그는 “세상은 쉴 새 없이 바뀐다”며 “예전에 아들의 방에 그림을 걸어 주겠다고 했을 때, 내심 내 작품을 말할 줄 알았는데 뱅크시를 말하더라”고 했다.

“예전엔 제가 불멸할 줄 알았죠. 하지만 이젠 그저 사람임을 느껴요. 훗날 죽어서 묘비명에 ‘멋진 아버지’로 기록되길 바라고요.”

3월 20일부터 국현미가 선보인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도 찬사와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28일 폐막을 앞둔 가운데 지금까지 약 44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 전시에 정부 예산 33억 원이 투입돼, 한 작가만 조명한 개인전이 ‘국현미 역대 최고가 전시’가 됐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또 다른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년)도 논쟁적인 작품. 포르말린 용액에 상어를 넣어 생명 윤리와 높은 작품가, 상어를 교체할 경우 원본으로서의 가치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허스트는 이에 대해 “무섭지만 피해갈 수 없고, 도저히 잊히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오래전 해부학박물관에서 일하면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긴 생물체를 본 경험이 영감을 줬어요. 정육점과 달리 도축이 허용되지 않는 미술관 분위기를 타파하고 싶기도 했죠.”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예술은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동시에 튕겨 나가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 허스트는 “내 상어가 과연 세월 앞에 졌는지는 미래 세대가 결정할 것”이라며 “동료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을 빌리자면 ‘나보다는 장수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