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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명 소멸 위기” 미진단에 EU 발칵

Posted December. 08, 2025 10:02,   

Updated December. 08, 2025 10:02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일(현지 시간)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이 문명 소멸(civilizational erasure) 위기”라고 진단해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 유럽 각국에선 ‘대서양 동맹의 파경’ ‘용납할 수 없는 내정 간섭’ 같은 격앙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NSS는 ‘유럽의 위대함 재고’라는 파트에서 유럽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이 25%(1990년)에서 현재 14%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유럽 대륙이 20년 내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NSS에서 최근 유럽이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는 러시아에 대해선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NSS는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 등을 거론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유럽의 분쟁 위험을 완화하는 데 미국의 외교적 관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NSS는 유럽의 개방적 이민정책과 과도한 규제를 거론하며 “유럽 국가들의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궤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미국이 이끌어야 한다”고 진단하며 반(反)이민을 내세운 ‘애국적 유럽 정당’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NSS에는 구체적인 정당 이름이 적시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영국개혁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등 강경 보수 성향의 유럽 신생 정당을 가리킨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은 6일 “어떤 국가나 정당의 조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브란도 베니페이 의원은 “NSS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로 가득 차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언론들도 새 NSS에 담긴 내용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재산분할을 앞둔 사실상의 이혼’으로 규정했다. 또 “미국이 고립주의 대신 일종의 ‘이념적 합병’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브뤼셀(벨기에 수도로 EU 본부 위치)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6일 “미국은 EU의 최대 동맹이고 함께 뭉쳐야 한다”며 맞대응을 자제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근형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