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중(反中) 시위 등을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 표현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허위·조작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면서 처벌 장치 마련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혐오 표현 처벌을 위한 형법 개정을 해야 될 필요가 있는데 하게 되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동시에 폐지하는 걸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실제로 있는 사실에 관해 얘기한 것은 형사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 제307조 제1항 등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형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다만 2021년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게 표현의 자유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5 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각 정당의 현수막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2022년 정당 활동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정당의 현수막이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이 게시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 이 대통령은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며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인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더라”라고 했다. 이어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현수막까지 동네에 너저분하게 걸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일종의 특혜 법이 될 수도 있다”며 “옛날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정당과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혐중 정서 등과 관련해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를 가지고 시대 착오적인 차별,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이를 묵과해선 안 된다.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장치를 속히 마련하고 허위조작정보 유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까지 감축하는 방안도 최종 확정했다. 기존 안보다 강화된 목표치로 인해 산업계 반발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은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가야 할,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에 48% 감축을 제안했던 산업계 반발을 의식한 듯 “다배출업종인 철강, 석유화학이 특히 어려운 업종”이라며 “발표할 때는 지원해준다고 했다가 실제 발표하면 지원이 없던 과거 정부 사례들이 있어 (산업계가) 불안해하고 아쉬워한다.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