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인근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가 최근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 장관은 7일 오후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종묘 정전을 찾아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자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며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문화유산법, 세계유산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최 장관은 “그늘이 안 생기면 된다고요? 하늘을 가리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며 “이것이 바로 1960, 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5일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높이 규제를 완화해도 종묘에)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허 청장 역시 “초고층 건물들이 세계유산 종묘를 에워싼 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구도를 상상해 보라”며 “모든 방법을 강구해 세계유산 지위를 지키겠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이 함께 현장을 찾아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토지 소유주 등 10여 명이 ‘주민 피눈물 누가 닦아주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당한 규제로 수천억 원의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20년 넘게 발목 잡은 손해배상을 하라”고 허 청장 등에게 항의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고시를 통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세운4구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를 기존 70m에서 145m(청계천 쪽 기준)로 상향한 바 있다.
김소민 som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