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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 빠져 9000만원 탕진… 떨고 있던 청소년 손잡아준 경찰

온라인 도박 빠져 9000만원 탕진… 떨고 있던 청소년 손잡아준 경찰

Posted November. 06, 2025 09:14,   

Updated November. 06, 2025 09:14


고교생 김모 군(18)은 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온라인 도박을 접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도박은 금세 중독으로 번졌다. 수시로 온라인 도박을 하던 그는 부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돈을 빼내며 1년 4개월 동안 2000만 원 넘게 탕진했다. 결국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 김 군은 “처벌이 두렵지만 도박을 끊어야겠다”며 대전경찰청이 운영하는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경찰과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아 치료와 교화를 병행한 그는 도박 중독을 극복하고 올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대전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도입한 뒤 올해 10월까지 총 109명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5일 밝혔다. 중학생이 80명, 고등학생이 29명이며, 도박 금액은 1만 원에서 최대 90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자진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보호자와 함께 면담을 진행한다. 필요할 경우 즉시 현장 상담을 시행한다. 이후 전문가들이 개입해 치료·교화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109명 중 40명이 선도심사위원회에서 훈방 조치 등을 받았다. 도박 횟수가 적은 7명은 입건 대신 전문기관에 연계돼 교육을 받았으며, 44명은 현재 상담 중이다. 검찰 송치는 6명 뿐이다.

그동안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청소년 도박 예방 활동이 이뤄져 왔지만, 대부분 단순한 계도나 교육에 그쳐 실제 신고나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자진신고제’는 청소년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고,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희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은 “경찰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신뢰를 주고 스스로 신고한 아이들이 치료 의지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처음 고안한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유혜미 경사는 “불법도박으로 입건된 청소년과 그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수차례 봤다”며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경찰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전청의 성과가 알려지자 경기남부청, 세종청, 천안서북서, 익산서 등이 벤치마킹에 나섰고, 충북경찰청과 육군본부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