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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구금, 절차에 문제… 집단소송 돕겠다”

 “한국인 구금, 절차에 문제… 집단소송 돕겠다”

Posted September. 20, 2025 08:42,   

Updated September. 20, 2025 08:42


“4일 오후에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에 ‘해고 통보’라는 제목의 이메일 알람이 떴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데이비드 김(김광수) 전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3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 온 김 전 판사는 인정받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2022년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연방이민법원 판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세 줄짜리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법조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사법부 장악 움직임과 강경한 이민 정책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김 전 판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이미 수십 명의 이민법원 판사들이 해고됐는데 이들은 모두 ‘미국 헌법 제2조에 의거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오늘부로 당신은 이민법원 판사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고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해고 사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망명 신청 인용(허가)률이 높은 판사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러큐스대 데이터 분석 비영리 연구기관인 트랙(TRAC)에 따르면 실제 김 전 판사의 망명 인용률은 96.9%로, 평균 기각률이 34.8%인 다른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들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대해 김 전 판사는 “나의 인용률이 높았던 이유는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변호사들을 못 참고 보완을 지시해 재판을 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추방 재판은 한 개인이 아닌 가족의 인생을 결정하는 재판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법 전문가로서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 언뜻 봐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협박을 하고, 구금을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분명히 있다”며 “미국은 절차법이 발달된 나라라 이민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ICE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간 구금자들 가운데 법적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그는 “피해자가 300명이 넘는 만큼 법적 피해 구제 방법을 찾으려면 집단소송으로 가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며 “미국법 중에 외국인들이 미국에 의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 ‘외국인 불법행위 청구법(Alien Tort Claims Act·ATCA)’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나 역시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온 김 전 판사는 ‘미국 가서 꼭 성공해라, 우리를 절대 잊지 마라’라고 했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애썼던 많은 날들을 생각하면 누구보다 이민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민법은 힘든 분야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들은 깊이 존중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해고 뒤 여러 저명한 이민 로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다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