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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에어컨 교체 안해 6대중 1대 노후화… “교실이 너무 더워요” 호소에 수업 단축까지

초중고 에어컨 교체 안해 6대중 1대 노후화… “교실이 너무 더워요” 호소에 수업 단축까지

Posted August. 19, 2025 10:05,   

Updated August. 19, 2025 10:05


인천의 한 중학교는 지난달 일주일간 단축 수업을 했다. 폭염으로 교실 내 기온이 30도가 넘게 치솟아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교실마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설치된 지 12년이 넘은 낡은 제품이라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학교 학부모는 “작년에도 에어컨 고장으로 교실이 더웠는데 올해도 변한 게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18일 전국 초·중·고교 개학 시즌을 앞두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교실 내 에어컨 6대 중 1대는 교육부 권장 주기(12년)를 넘겨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에어컨 44만5911대 가운데 교육부 권장 교체 주기인 12년을 넘긴 기기는 총 7만2874대(16.3%)로 나타났다.

지역 별로는 전체 기기 중 28.5%가 노후화된 대전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인천(25.1%), 광주(20.1%), 경기(20.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역시 12년 이상 된 에어컨 비중이 18.8%에 달했다. 설치한 지 20년을 넘긴 기기도 3358대나 됐다. 일반적으로 에어컨은 10∼15년가량의 내구연한을 지니는데, 20년을 넘긴 에어컨의 경우 기능이나 안전, 비용 등 여러 차원에서 교체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일선 학생과 학부모들은 노후 에어컨에 따른 ‘찜통교실’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 씨(40)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에어컨 바로 밑 자리만 약간 바람이 불고 나머지 자리는 덥다’며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최모 씨(47)도 “중학생 아들이 ‘교실이 덥다’고 호소해 학교에 에어컨 고장 여부를 문의했다”며 “정상적이란 답변은 들었지만 실제로는 오래된 에어컨인지 바람이 약하다”고 했다.

올해 역시 남은 여름 기간 폭염이 예고돼 냉방 장비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24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체감온도가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18일 예상했다. 이달은 물론 다음 달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 역시 50%를 넘긴다고도 밝혔다.

연간 수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은 태 이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낡은 에어컨조차 제때 교체하지 않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현장에선 체육관 신축 등 각 시도 교육감의 역점 사업에 따라 에어컨 교체가 뒷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기 교체를 위한) 교부금을 받긴 하지만 예산 배분과 집행은 시도청에 권한이라 기기 교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