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2% 아래로 떨어져 1.9%에 그칠 거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이 나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회 예산정책처 등 국내 기관들이 올해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은 데 이어 OECD마저 사상 처음으로 1%대 추락을 경고한 것이다. 특히 OEC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2% 수준을 유지하던 잠재성장률이 올해 0.3%포인트나 급락한다고 봤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체력이 그만큼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기술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경제가 성숙해지면 잠재성장률이 둔화하기 마련이지만, 한국은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2000년대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15배나 큰 미국에도 역전당해 수년째 따라잡지 못하는 신세다. 주요 7개국(G7) 중 2021년 이후 한국만큼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곳은 ‘잃어버린 30년’의 일본뿐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을 게을리 한 탓이다. 한국은 외부 강제를 피하기 힘들었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구조개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역대 정부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규제 혁신 등을 외쳤지만 말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보니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고 자본 투자가 위축되는데도 고비용·저효율의 경제 구조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만한 산업을 키우지 못해 수출 구조 또한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잠재성장률을 2.5%까지 끌어올린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은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도 혁신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임금 체계 개편과 경직적인 노동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발목 잡을 수 있는 노란봉투법 개정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이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개혁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アクセスランキン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