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본격적인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는 ‘관세’에 초점을 맞춰 통상전쟁을 벌였지만, 트럼프 2기에는 희토류, 영화, 채권, 유학생 제재 등으로 전장(戰場)을 넓히고 있다.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합쳐진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통상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를 당국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앞서 올 2월에도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이달 초 예고했던 것처럼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에 통제 목록에 오른 광물들은 무인기(드론), 로봇,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인다. 특히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도 많이 사용된다. 그간 중국이 이 광물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터라 미국 산업계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10일 자국 내에서 상영되는 미국 영화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개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며 중국산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올 1월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를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세 외에도 자원 통제, 미국 기업 제재, 채권 매각, 환율 조작 등 통상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셈이다.
미국도 자국 내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대(對)중국 제재 강화 등으로 맞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일주일 안에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 누구도 (관세) 면죄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한번,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의지를 피력한 것. 다만 그는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는 “일정 부분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의 아이폰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일부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을 낮춰 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