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와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 정책 개혁을 지시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대미(對美) 수출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FTA가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경우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까지 적용되면 한국은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무역 정책’의 이행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무역협상을 담당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는 자유무역협정 파트너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협상에 나서라는 의미다.
한미 FTA 역시 기존 무역협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2021년 종료 예정이던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가 2040년까지 연장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전면 개편해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펼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노동자와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우리 무역체계의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미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세와 수입세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임 첫날부터 신규 관세 부과 행정명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첫 관세 부과 대상국과 적용 시기는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엄청난 숫자의 (불법으로 월경하는) 사람들을 허용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몹시 나쁜 남용국”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범부처 대응체계를 가동해 이슈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비상수출대책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국무역협회를 찾아 윤진식 무협 회장을 면담하고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2월 발표를 목표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대외 경제 현안 간담회 등 범부처 대응체계를 가동해 상황·이슈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세종=김수현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