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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부결로 막 내린 국회, 또 충돌로 새 문 여나

‘채 상병 특검’ 부결로 막 내린 국회, 또 충돌로 새 문 여나

Posted May. 29, 2024 08:31,   

Updated May. 29, 2024 08:31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이 어제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재표결에 참가한 294명 가운데 3분의 2인 19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는데 찬성표는 179표였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에 참여한 179명의 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 등 범여권 소속 의원 115명 가운데 4명의 표가 무효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 5명이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여당은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맨투맨 식으로 접촉하면서 이탈표가 늘어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결과적으로 여당에서 표 단속이 이뤄지면서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그렇다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이대로 묻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방부와 해병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이첩 보류 및 회수 과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단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공수처는 특검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성역 없는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고 다른 야당들도 동조하고 있다. 법안 추진과 표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을 놓고 다시 한번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이 높다. 채 상병 특검 도입을 놓고 지금까지 벌어진 혼란이 새 국회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여야 모두 한 발씩 양보하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은 기존에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 내용 가운데 민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는 조항, 수사 과정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견을 조율해 여야 간 합의를 이뤄낸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여론 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스무 살 해병대의 안타까운 희생의 진상을 밝히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외압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 문제가 불거진 이후 채 상병 순직 자체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쟁의 소재가 된 상황이다. 특검 도입을 놓고 여야가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갈등이 길어지지 않도록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